매일신문

[사설] 앞뒤 못 가린 경북도교육청의 학교 부지 매입

학교 땅값 분쟁 도미노를 일으켰던 포항 장흥중학교 등 2건의 부지 매입비 반환 소송에서 법원이 경북도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교육청이 학교 부지를 매입하면서 조성원가 대신 감정평가액을 지급한 것은 '잘못됐다'며 학교 부지를 팔았던 황대봉 대아그룹 명예 회장 등은 부당하게 지급된 매매대금 113억여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에 따라 현재 땅값 문제로 지연되고 있던 포항지역 다른 학교들의 신설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비록 승소로 부당 지급 매매대금을 돌려받게 됐으나 이번 사태는 애당초 포항교육지원청의 잘못으로 벌어진 소송이어서 박수를 받을 일은 아니다. 지난 2009년 포항교육지원청은 황 명예회장으로부터 장흥중 부지를 매입하면서 조성원가(28억6천여만원) 대신 감정평가액(127억7천여만원)을 적용해 매입비로 99억원을 더 얹어 줬다. 교육법상 '학교용지는 토지정리 구획사업 시 의무적으로 지정해야 하며 당시 조성원가로 매매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이를 밝혀낸 것도 교육청이 아닌 감사원이었다. 감사원은 지난 2012년 이를 적발해 교육부에 통보했고, 교육부는 경북도교육청에 손실금에 대한 부당이익반환소송을 낼 것을 명령했다. 감사원이 아니었더라면 100억원대의 예산이 그냥 낭비될 뻔했다. 게다가 장흥중 부지가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매매된 후 부지 매입과정에 있던 우현초, 양덕중, 양서초 등이 줄줄이 그 영향을 받았다. 이들 학교 부지 소유주 역시 장흥중 사례처럼 감정평가액 적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청의 어이없는 행정으로 바뀔 뻔했던 학교 부지 매입비 잣대가 법원과 감사원의 판단으로 다시 명확해졌다. 토지 소유주들도 더 이상 감정평가액 잣대를 들이대며 학교 신설에 제동을 걸어선 안 될 일이다.

교육청으로서도 개교를 서둘러 애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해야겠다. 인근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벌써 문을 열었을 학교들의 개교가 줄줄이 지연돼 학생들의 장거리 통학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교육청은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법률해석이 달라 발생한 문제'라고 둘러대고 있으나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교육청은 잘못된 행정으로 빚어진 예산낭비와, 학생과 학부모들의 피해를 잘 새겨야 한다. 교육청이 비슷한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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