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가인증제·보수교육 부실… 어린이집 정책 도마에

3년에 한 번 평가 날 특별히 조심…위원도 형식적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16일 대구시내 한 어린이집 천장에 설치된 CCTV 카메라가 어린이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16일 대구시내 한 어린이집 천장에 설치된 CCTV 카메라가 어린이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사건은 보육교사의 부실한 선발과 형식적인 어린이집 평가인증 및 보수교육 등 어린이집 정책의 적폐(積弊)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평가인증제'보수교육 부실 논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은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의 어린이집 평가인증에서 100점 만점에 95.36점을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의 평가인증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는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한국보육진흥원이 어린이집 환경, 운영 관리, 건강위생, 안전, 지역사회 연계 등 70개 지표를 점검한다. 인증은 3년간 유효하며, 3년 뒤 재인증을 받는다. 대구시에 따르면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은 전체(1천588곳)의 80.8%인 1천284곳이다.

하지만 평가인증제가 10년째 진행되면서 인증 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다. 어린이집 원장 이모(48) 씨는 "보통 2, 3명의 평가단이 어린이집을 찾아오는데 하루 만에 평가가 끝나는데다 평가할 때는 교사들도 각별히 조심하기 때문에 실질적 평가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최지현 대구과학대 아동청소년지도과 교수는 "대구의 어린이집들의 인증점수가 평균 90점이 넘는다. 어린이집 수준이 향상된 측면도 있지만 평가위원들이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형식적인 보수교육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보육교사는 취업 당해연도에 보수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고 이후 3년마다 보수교육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내용 자체가 이론 위주이며, 판박이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수성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 조모(41) 씨는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교사에게는 사명감이나 책임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보수교육이 이론에만 집중돼 있고 내용도 재탕, 삼탕이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자격증 인터넷 교육으로 쉽게 취득

보육교사 자격증만 있으면 인성과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보육현장에 투입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격증 문턱도 낮다. 보육교사 자격증은 1~3급으로 나뉜다. 3급 자격증부터 현장 취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3급은 보조교사로만 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보육교사 준비생들은 담임을 맡을 수 있는 2급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2급을 획득하려면 일반 대학이나 방송통신대, 사이버대학, 학점은행, 보육교사교육원 등에서 12과목 51학점을 이수하면 된다. 특히 사이버 교육과정을 통해 자격증을 따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별도의 점수 하한이 없고 이수만 하면 되기 때문에 보육교사 준비생들은 인터넷 강의를 띄워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이 지난해 10월에 낸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 8월까지 46만6천486명이 보육교사 자격증을 신청했는데, 이들 가운데 3.95%(1만8천447명)만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했다.

◆"어린이집 CCTV 의무 설치해야"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CTV가 아동폭력을 예방한다는 객관적 증거는 없지만 '사후증거물' 확보 차원에서라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지영(24'대구 수성구 만촌동) 씨는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 부모들에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보여준다면 불미스러운 일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2014년도 보육사업안내'에 따르면 안전사고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어린이집 원장이 원생 부모와 보육교직원에게 사전동의서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영유아와 보육교직원의 인권침해를 최대한 줄이려는 목적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대구의 어린이집 1천591곳 가운데 보육실에 CCTV가 설치된 곳은 544곳으로 설치율이 34%에 불과하다.

유연옥 계명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CCTV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의무화 추진에 앞서 어린이집 원장, 학부모, 보육교직원 등이 모여 아이들과 교사의 인권이 보장되면서도 아이들을 학대로부터 보호하는 CCTV 활용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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