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 강만수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우리 정부의 대응을 기록한 책을 펴냈다. 2005년에 출간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이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경제의 주요 경제정책이 만들어지고 시행되는 과정을 되짚어 보고 있다면, 이번 책은 두 번의 위기 속에서 한국경제가 어떻게 부침하고 응전했는지 보여준다. 경제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고질병이 된 한국사회의 갈등, 폭력유산, 불법행위 등을 지적하고, 우리나라가 일류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 버려야 할 것, 갖추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책은 우리나라에 다섯 번의 경제위기가 있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위기는 1962년부터 시작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 당시 원자재 수입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가 11억2천만달러로 누적되어 발생했고, 두 번째 위기는 제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 기간(1967∼1971) 중 5년간 62억6천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 발생했다. 첫 번째 위기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에 따른 대일청구권자금 8억달러로 극복했고, 두 번째 경제위기는 1966년 월남파병에 따라 미국이 아시아에서 조달하는 물자와 용역을 한국이 공급함으로써 넘길 수 있었다.
세 번째 위기는 1973년 1차 오일쇼크로 무역수지적자가 1974년부터 45억8천만달러로 급증했고, 외환보유고가 1975년 10억달러 이하로 감소하면서 왔다. 이 위기는 미국 씨티은행과 체이스맨해튼은행을 중심으로 한 2억달러 점보론으로 넘겼다. 네 번째 위기는 제4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 기간(1977∼1981) 중 중화학공업 투자로 무역수지가 적자인 상태에서 제2차 오일쇼크가 발생해 149억5천만달러의 적자가 쌓여 발생했다. 이는 1982년 일본과 체결한 한'일경제협력자금 40억달러로 해결했다.
다섯 번째 위기는 1994년부터 3년 동안 380억달러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는데도 원화를 절상하는 방향착오를 하는 바람에 맞이했고, IMF 구제금융이라는 혹독한 비용을 치르고 넘겼다.
지은이는 '위기는 항상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1960년 80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을 2008년 2만달러로 키웠다. 세계경제규모가 6배 정도 성장하는 동안 우리는 30배 이상 성장했다. 이 패기 덕분에 우리는 일어섰지만 패기가 경제위기를 부른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도전하지 않을 수는 없다. 지은이는 '방어만 하면 비길 수는 있어도 승리할 수 없다. 공격해야 승리가 있다'면서 '위기관리 체제'를 더 강화하고, 대비하면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응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관료의 길을 걸으면서 맞서야 했던 것은 외세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는 '국내 정치권과 언론, 민간단체들은 인터넷에 떠다니는 글들을 짜깁기하여 중구난방으로 물고 늘어졌고,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수구 또라이 부자 기득권 그만 챙겨라고 나를 비판했으며, 어떤 신문은 한 달 동안 물고 늘어지며 물러나야 한다는 기사를 올렸다' 고 술회한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고 국가의 명운이 걸린 위기를 맞아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길을 걸으면서 많은 비판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했다. 민중은 아우성이었고, 정치인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천여 년 전 로마시대 플루타르코스가 말한 역설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민중을 거스르자니 정부가 어렵고, 민중을 따르자니 나라가 걱정이었다."
책은 1997년 IMF 사태와 2008년 리먼 쇼크 때의 실상과 경과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딱딱한 주제지만 쉬운 문체 덕분에 딱딱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 543쪽, 2만3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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