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에 찾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AT&T파크'는 떠들썩하고, 생기가 넘쳤다. 월드시리즈 우승의 감격이 휘몰아친 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난 때였지만, 야구장 주변은 여전히 자이언츠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물결로 넘쳐났다. 미국에서도 야구 열기가 가장 뜨거운 도시다웠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별명은 '바퀴벌레'(cockroaches)다. 도저히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전력으로도 우승을 차지하고, 다 진 것 같다가도 끝내 역전극을 써온 팀 컬러 덕분이다. 자이언츠는 지난해에도 '올해는 아닐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을 깨고 통산 8번째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징그러운 팀 별명과 달리 홈구장 'AT&T파크'는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야구장이다. 외야에 자리잡은 거대한 콜라병'글러브 모양의 조형물이 유명하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가운데 이곳을 최고의 구장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구장의 가치와 조성미, 쾌적함, 편의성, 관람료 할인율, 오락성 등을 모두 종합한 결과였다.
4만2천명을 수용하는 AT&T파크는 2000년 4월 12일 개장했다. 퍼시픽벨파크'SBC파크라는 이름을 거쳐 2006년부터 현재의 이름을 쓰고 있다. 오른쪽 폴대까지의 거리가 94m에 불과해 개장 당시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왼손 강타자였던 배리 본즈를 위한 구장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은 한국인에게도 잊을 수 없는 구장이다. 역사적인 개장 기념 경기의 승리투수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코리언 특급' 박찬호였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이 경기에서 본즈에게 2루타와 홈런을 맞았으나 6이닝 3실점으로 버텨 팀의 6대5 승리를 이끌었다.
1883년 뉴욕에서 창단한 자이언츠는 1958년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겼다. 당시 브루클린 다저스였던 '숙적' LA 다저스와 함께 동부에서 서부로 이전했다. 물론, 인기 구단이었던 두 구단의 동시 이전은 뉴욕 시민들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전통의 명문답게 AT&T파크는 곳곳이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는 각종 기념물로 장식돼 있다. 야구장 담벽을 따라서는 마이크 맥코믹, 바비 볼린, 딕 디에츠, 짐 데이븐포트 등 팀의 '전설'들을 기리는 동판이 나란히 걸려 눈길을 끈다. 경기장 주 출입구에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외야수로 평가받는 윌리 메이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또 야구장 외곽의 산책로에는 배리 본즈의 개인 통산 500호 홈런과 매트 케인의 퍼펙트 경기 기념 동판 등이 전시돼 있다. 우익수 뒤편 바다가 '맥코비만'(McCovey cove)으로 불리는 것도 팀의 홈런타자였던 윌리 매코비의 장외홈런에서 유래됐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야구장 바깥 보행로 바닥에 길게 깔려 있는 붉은 벽돌이다. 여기에는 'Go Giants' 'Fan 4 ever' 등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구단 관계자는 "야구장 개장 이후 팬들이 자신의 소원이나 팀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기증한 것들"이라며 "야구팬이라면 이런 '유산'들만 둘러봐도 큰 감동을 받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AT&T파크에서 놓쳐서 안되는 것 중 하나는 각종 기념품을 파는 팀 스토어이다. 샌프란시스코가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지난해 또다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강팀인 만큼 매장은 '없는 게 없는' 백화점 식이다. 선수들의 유니폼, 모자, 버블헤드 인형, 사인볼 등 기본적인 품목을 비롯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을 두루 다 보려면 몇 시간이 걸릴 정도이다.
매장 관계자는 "시즌 중에는 물론 샌프란시스코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도시의 명소"라며 "기념품 판매는 입장권, 광고료, 식음료 판매와 더불어 메이저리그 구단의 가장 중요한 수익원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프로야구가 열리는 날, 야구장 바깥에 설치되는 임시매장에서 선수들의 저지(jersey'경기용 셔츠) 정도만 팔리는 대구시민야구장과는 너무나도 다른 차이점이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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