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여부는 시즌 중반이 돼야 제대로 알 수 있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출당하는 경우가 적지않았던 탓이다. 그래서 각 구단의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들은 "용병은 적응력이 관건"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삼성 라이온즈가 '나'피'클'(나바로-피가로-클로이드)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였던 나바로는 지난 시즌과 같은 활약을 기대하지만 2년 차 징크스가 걱정이다. 피가로는 일본 프로야구(2011'2012년)에서 검증받은 선수이지만 3년 전의 구위를 유지하느냐는 미지수이다. 또 클로이드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트리플A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동양 야구 경험이 없어 불안하다.
삼성은 이에 따라 이들 용병 트리오의 한국 무대 안착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준비하고 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전략이다. 선수들의 가족을 초청, 한국에서 함께 지내게 함으로써 선수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야구에만 전념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제패의 수훈갑이었던 나바로의 가족에게는 도미니카공화국과 한국을 오갈 수 있는 왕복 항공권 5장이 제공된다. 1인당 가격이 최소 5천달러가 넘는 비즈니스석이다. 또 대구시민야구장 근처의 숙소도 좀 더 넓은 평형으로 옮겨주기로 했다. 4형제의 맏이인 나바로는 지난해에도 시즌 대부분 기간을 가족과 함께 보냈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3장을 지급했는데 연봉 협상 과정에서 나바로의 요청을 흔쾌히 수용했다"며 "추가 비용은 들지만 나바로가 고향 같은 분위기에서 뛸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미국 출신인 클로이드는 아내와의 사이에 딸(3) 하나가 있다. 하지만 아내가 오는 6월 출산 예정이라 선뜻 동반 한국행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듣고 외국인 여성을 위한 출산 서비스가 뛰어난 국내 병원을 수소문, 영문 소개책자를 전달하는 등 클로이드 가족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쓰고 있다.
삼성의 이런 행보는 지난해 9승6패를 거뒀던 마틴의 성적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비록 재계약에는 실패했지만 마틴은 아내와 아들이 한국과 미국을 오갔던 전반기에는 5승5패에 그쳤다가 가족이 함께 지낸 후반기에는 4승1패로 나아진 투구 내용을 보였다.
피가로는 약혼녀와 사이에 자녀를 1명 두고 있다. 그러나 가족들의 한국 생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피가로는 클로이드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밴덴헐크와 마틴이 쓰던 야구장 인근 아파트에서 생활할 예정이다.
삼성의 '나'피'클' 트리오에 대한 배려는 괌 전지훈련 합류에 앞서 시작된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출발하는 나바로와 피가로는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구단의 스페인어 통역요원 박찬영(29) 씨와 만나 괌으로 떠난다.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오마하에 거주하고 있는 클로이드는 하와이 호놀룰루를 거쳐 괌 공항에 이날 도착, 삼성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는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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