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보육교사의 아이 구타 폭행 사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나의 둘째 애는 한국에서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왔다. 유럽 모든 나라가 9월에 1학기를 시작하니 자연스레 다시 1학년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한마디도 못 알아듣는 독일어로 수업을 들어야 했다. 아마 6개월 이상 힘들고 답답하게 살았으리라.
입학하고 두어 달 지났을까,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학부모 면담 요청이 왔다. 우리 애에게 세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첫째는 수업시간에 조는 것, 둘째는 폭력적인 것, 셋째는 빨리 독일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폭력성을 고치지 않고 독일어를 빨리 배우지 않으면 퇴학조치를 하겠다고 으름장이었다.
나중에 둘째 애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수업시간에 존 것은 애가 책상에 대놓고 엎드려 잔 게 아니라, 고개를 든 채로 칠판을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몇 번 졸았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도 못 알아듣는 독일어 수업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겨 졸았던 모양이다.
두 번째는 폭력문제였는데, "다른 아이를 때렸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아니, 애들과 장난친다고 팔을 툭툭 쳤다"고 했다. 둘째 애는 붙임성이 좋아 말이 통하건 말건, 또래 애들과 잘 놀아 아마 장난치듯 팔이나 어깨를 툭툭 쳤던 모양이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들 눈에는 폭력성의 씨앗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할 말이 없었다. 입맛이 쩝쩝…. 다만, '아! 이 나라는 이것도 폭력이구나!' 하고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실제로 이곳 사람들은 지나가다 팔이 부딪친다든지, 지하철 같은 곳에서 본의 아니게 몸이 부딪치는 등 신체 접촉이 발생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로 "엔슐리궁"이라고 한다. 즉, '쏘리'(sorry'미안하다)라는 뜻이다. 상대방의 사과가 없다면 아마도 눈에서 레이저 빔을 발사하거나 아래위로 상대방을 스캔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몸이나 팔이든 신체 일부가 부딪쳤는데 누구의 잘잘못 이전에 바로 사과하지 않으면 무례한 사람 취급하는 것이 바로 유럽사회다. 그동안 유럽이 역사 속에서 전쟁과 폭력에 시달리며 얻은 지혜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툭툭 치는 장난조차 용납이 안 된다고 배우는 아이들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까?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한국의 고정관념은 과연 정당한가? 아이를 때린 교사는 아마도 폭력이 정당시되었던 우리의 옛 그림자이자 현주소는 아닐까?
그동안 발생한 폭력 교사 문제를 조금 더 크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서만 찾는다면 우리 폭력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CCTV 설치가 만능 해법일 수 없다. CCTV 설치와 함께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지금 바로.
군위체험학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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