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인재의 토양은 '능력이 우대받는 사회'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능력으로 정당하게 평가받는 사회 구현을 목표로 '능력중심사회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골자 중 하나는 고등학교 과정에서의 현장중심'취업중심 직업교육 강화다. 미래 핵심 기술'기능 인력 양성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마이스터고' 등 특성화 고등학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독일의 마이스터(Meister'명장)에서 개념을 따온 마이스터고는 과거 실업계고, 전문계고를 발전시킨 것으로 해당 분야의 기술장인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력이 아니라 기술의 길을 선택한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만났다.
◆기술로 경쟁한다
다음 달 경북기계공업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장인수(19) 군은 '대한민국 명장'을 꿈꾸는 기술 영재다. 지난해 10월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옥내제어 부문)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따기까지 장 군의 노력은 끝이 없었다. "아침 7시 30분까지 학교에 갑니다. 밤 9시 30분까지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실습 또 실습이죠. 토, 일요일도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 설이랑 추석 명절을 빼곤 1년 360여 일 실습에 매달렸어요."
장 군은 "인문계 고등학교의 공부가 우리에겐 실습이다. 선후배들 모두 정말 열심히 실습한다"며 "기능 영재들이 총출동하는 전국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란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은 장 군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왔다. "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 특채 전형으로 삼성중공업에 취업했습니다. 옥내제어 기술에서는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회사입니다. 내겐 금메달을 따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거죠."
장 군은 중학교 3학년 시절 '인문계 고등학교냐' '공업계 고등학교냐'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또래 친구들처럼 처음에는 인문계고를 선택하려 했었지만, 어느 한순간 '공부'보다는 '기술'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입학 이후에는 학교의 전폭적 지원이 더해졌다. 경북기계공고는 실습비 전액을 무료로 지원한다. 학교 교육과 별도로 기업체 출신의 외부전문가를 초청해 살아 있는 기술을 전수한다.
장 군은 "친구들은 이제 대학 간다고 힘들어한다. 기술을 선택한 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앞으로의 포부는 기술 한 우물을 파 대한민국 명장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전공 기술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실력을 쌓고 싶단다. 장 군은 '기술'을 선택한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요. 포기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술 명장을 키운다
정부는 2010년 마이스터고를 도입했다. 21세기 '기술강국 코리아'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의 산실이자 능력중심사회로 가는 첫 출발점으로 '마이스터' 육성을 내건 것이다.
경북기계공고는 대구를 대표하는 마이스터고다. 2010년 1기 마이스터고로 출발해 지난해부터 졸업생을 배출하며 95% 이상의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출범 5년을 맞아 마이스터고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마이스터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진로 상담 신청이 잇따르고 있고, 담당 교사가 직접 중학교를 방문해 별도의 입시설명회를 진행할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다.
경북기계공고 전기제어과 2학년 장범규(18) 군 또한 중학교 시절 학교를 방문한 현재 선생님들의 마이스터고 설명을 듣고 진학을 결정했다. 장 군은 인문계고와 공업계고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공업계 진학을 희망했지만 주변 시선들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고민하던 차에 마이스터고를 알게 됐다.
장 군은 "처음엔 많은 수업과 힘든 실습 때문에 마이스터고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나서 적성을 찾았고, 취업에 대한 다양한 특강과 기업 소개를 받고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고 했다.
김규옥 경북기계공고 교장은 "이제는 마이스터고의 제2의 도약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졸업생들이 성공적인 커리어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전문대 및 4년제 대학과 연계해 계약학과 등을 신설하는 방안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대구에 조성되고 있는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국가산업단지 등의 입주 업체 직군 및 직무를 분석해 지역기업 맞춤식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