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2년 앞당겨 올해 되나?

정부 '장밋빛 전망' 내놔

정부는 조만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는다고 전망한다. '저성장 저물가'가 장기화되는 마당에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도래는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가 침체인 상태에서 아직 샴페인을 터트릴 분위기는 아니라는 분석도 많이 나오고 있다.

◆내실 없는 3만달러 시대

최근 경제'금융당국은 앞다퉈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도래를 기정사실화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서 4만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 기업과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정부는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 시점을 임기 말쯤으로 잡았다. 하지만 올해 3만달러를 넘어선다면 정부는 당초 목표를 2년이나 앞당겨 달성하는 셈이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에 머물고 있는데도 3만달러 시대를 넘볼 수 있는 데는 두 가지 결정적 호재가 작용했다. 하나는 2013년에 평균 1천95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천53원으로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하면서 달러 환산 국민소득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환율 변화로만 4%의 국민소득 증가 효과가 발생했다.

통계기준 개편도 호재다. 유엔이 권고한 새로운 국민계정체계(SNA)를 한국이 지난해 3월 도입하면서 드라마 제작비, 기업 연구개발 비용, 무기류 생산액 등이 새롭게 소득 통계에 포함되면서 소득이 높은 것으로 부풀려졌다. 이처럼 정부의 최근 국민소득 전망치는 과장'왜곡된 측면이 없지 않다.

◆정치적 이해관계

환율과 통계적 변수는 차치하더라도 국민소득은 3만달러를 향해 가고 있다. 이는 정치적으로 아주 용이하게 활용된다. 특히 마땅히 홍보할 만한 경제적 성과가 없을 경우 정부'여당에서는 크게 홍보할 만한 호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내실 없는 3만달러 시대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가소득 중에서 가계가 가져가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 체감경기는 더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경기는 가계와 연관성이 적은 제조업 위주이고 연관성이 깊은 서비스업의 비중이 적어 체감경기가 획기적으로 나아지는 구조가 아닌 상황이다.

일각에선 저물가 현상의 장기화로 인해 3만달러 목표 달성 자체에 실패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려면 실질성장률이 아니라 물가상승률이 포함된 경상성장률이 올라야 하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와 유가 급락으로 1%대 물가가 유력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이 금리라도 올리면 신흥국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등 원화가치가 하락할 수 있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성장률 숫자를 버려라

경제성장률이란 숫자놀음보다 질적인 변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동안 여론은 경쟁적으로 성장률 수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고, 성장률이 떨어지면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분석을 해 왔다. 이렇다 보니 국민들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준을 정부 능력이나 정책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로 여기게 되고, 정부는 성장률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의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성장률의 높고 낮음보다도 성장의 질이 훨씬 중요하다. 질 나쁜 성장은 성장률이 높을수록 빈부 간 양극화는 심화되고, 국민행복지수는 추락해 사회 분열과 갈등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국내총생산의 양면성이다. 총생산이 올라가면 우리 삶의 질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까지도 올라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총생산이 늘어날수록 교통사고, 재해, 흡연, 사교육비, 질병 등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이용섭 전 국회의원은 "성장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양적 성장에서 국민행복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성장의 질과 내용을 중시하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구조개혁 성공의 필요충분조건도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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