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정모(15) 양의 시선은 온종일 아래쪽으로 향해 있다. 늘 삐딱한 자세로 책상에 앉아있거나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운동은커녕, 바깥나들이를 언제 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목과 어깨가 쑤시고 두통까지 심하지만 참고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정 양은 결국 최근 학교에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척추측만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정밀 검사 결과 정 양은 척추측만증과 일자목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하지만 정 양은 엄마의 굳은 표정도 무시하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몸의 기둥인 척추가 변형되는 척추측만증 발병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 척추측만증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10대 환자의 점유율이 46.5%로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환자의 연령별 증가율은 21.1%로 가장 높았다.
◆바깥 활동 안 하고 자세 나빠
척추측만증은 척추가 기울어지거나 회전 변형이 생긴 경우를 말한다. 선 자세에서 X-선 촬영을 했을 때 좌우측으로 굽은 정도가 10도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척추측만증은 발병 원인에 따라 선천성과 특발성, 신경근성 등으로 구분된다. 척추측만증의 85~90%는 의학적으로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특발성 측만증으로 사춘기 이전에 발병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여자 아이에게 많이 발생하고 초경 시기와 성장 가능성 정도에 따라 진행이 달라질 수 있다.
청소년 사이에서 척추측만증이 증가하는 이유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나쁜 자세와 근력 저하'다. 장시간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고, 쉬는 시간에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예전에 비해 청소년들의 야외 활동이 줄어든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활동량이 줄면서 서서히 근력이 저하되고, 좋은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나쁜 자세에 근력까지 떨어지면 자세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일자목 증후군'(거북목 증후군)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일자목 증후군은 경추의 곡선이 사라지고 일자가 되는 증상이다. 목뼈가 충격을 분산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에 다치기 쉽고, 목'어깨의 통증과 함께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심해지면 턱관절과 척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평소 아이의 자세로 조기 발견
자녀의 척추가 많이 휠 때까지 모르는 부모들도 많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자녀를 볼 기회가 줄고, 학업으로 밤늦게 귀가하는 아이들을 관찰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아이의 척추측만증을 확인하려면 옷과 신발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옷소매가 늘어나 한쪽이 더 나온다거나 한쪽 신발이 더 빨리 닳는 경우는 척추가 휘었을 가능성이 높다. 평소 아이의 자세도 눈여겨봐야 한다. 양쪽 어깨나 골반 높이가 다르거나 한쪽으로 기운 자세로 필기를 하는 경우, 바르지 않은 자세를 반복적으로 취한다면 척추측만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선 자세에서 몸통을 앞으로 숙이도록 해 등이 비대칭으로 돌출됐는지 살펴보는 것도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특히 여자 아이들의 경우 초경 무렵 신체 변화가 많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척추가 굽은 정도가 20도 미만인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X-선 촬영을 해서 경과를 관찰하게 된다. 발의 비대칭이나 다리 길이가 차이 나는 부정렬인 경우 생체학적 치료용 발 보조기(BFO)를 이용하여 틀어지는 골반과 척추를 교정한다. 척추측만의 각도가 20도가 넘어서는 경우에는 척추 보조기를 사용한다. 척추 보조기는 척추가 더 이상 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하루에 16시간 이상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장시간 착용하기 불편하고 외모에 민감한 아이들이 꺼리는 경향이 있어 착용률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천 소재로 된 척추 보조기도 나오고 있다.
척추측만증을 예방하려면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근력 운동과 수영이 도움된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재활의학과 조희경 교수는 "척추측만증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관리하면 심한 기형으로의 진행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면서 "척추 건강을 위해서라도 스마트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대구가톨릭대병원 재활의학과 조희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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