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원을 들여 만든 강구대교 범선 조형물 조명이 영덕군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준공 1년도 채 안 돼 불을 제대로 못 켜는 애물단지가 됐고, 4년여 만에 철거하자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영덕군은 지난 2010년 12월 40억원을 들여 강구항 해양경관 조성사업으로 기존 강구대교 위에 범선 모양의 철골 조형물을 올리고 거기다 6천500여 개의 조명을 설치했다. 또한 32억원을 들여 야경으로 유명한 서울 반포대교를 본떠 대교 양편에 분수도 설치했다. 설치 당시 영덕군은 강구의 야경을 대표하는 볼거리가 생겼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기도 했다.
경관물 조성 전에도 강구대교에 대한 하중 문제와 과도한 유지보수비 부담 등 논란이 일었지만, 당시 김병목 영덕군수는 국비 확보에 성공했다며 건설을 강행했다.
시공과정에서는 중국산 LED 조명으로 설계변경을 해 각종 의혹을 샀고, 막상 가동 1년이 넘어가면서 조명 소켓 중 5%인 300여 개를 매년 교체해야 했다. LED 조명등 역시 매년 30% 이상을 교체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전선'전기시설 유지비, 조형물 도색비에다 매년 2천만원이 넘는 전기요금 등을 감안하면 연간 유지비용만 1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수십억원짜리 조형물을 설치해놓고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불을 못 켜는 상황이 빚어졌고, 조명과 함께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한다는 분수도 몇 차례 가동 후 멈춘 상태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주말에 몇 시간씩 한시적으로만 불을 밝혔지만, 하반기부터는 거의 불을 켜지 못했다. 많은 관광객이 찾았던 올해 해맞이축제 때에도 고장 난 전등 교체와 전기요금 등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 것을 걱정한 나머지 조명을 밝히지 못했다.
안전문제 우려까지 잇따르자 영덕군은 지난해 말 강구대교 범선 조형물과 조명에 대한 안전진단을 벌였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안전 진단 결과, 일부 구조물의 보강이 필요하며 특히 조형물에 있는 조명시설은 강풍으로 떨어져 나갈 위험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따라 군은 ▷범선 조형물과 조명에 대한 전면적인 철거 ▷유지비가 적고 강풍에 보다 안전한 조명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두고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철거를 결정하자니 70억여원을 고스란히 날릴 판이어서 비난 여론이 들끓을 것이 염려되고, 계속 유지하자니 조명 재가동에만 당장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등 유지비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관광자원 활용과 합리적 예산 운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논의 중"이라며 "철거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영덕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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