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가 김치를 먹지 않는다며 4세 아동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사건의 원인은 한 개인의 잘못된 인성 때문이라기보다는 보육교사 양성체계의 허술함과 열악한 근무환경, 그리고 감독과 평가체계의 맹점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아동교육'보호기관에서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후 징벌적인 수동적 대응보다는 근본적인 처방이 이루어져야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행복한 보육, 평화로운 보육을 실천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문제는 겉으로 보기엔 보육교사의 폭력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더 깊이 분석해보면 그런 폭력적 행동을 일으키게 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행동을 일으키는 기제는 사고와 감정이다. 사려가 깊은 사람은 함부로 행동하지 않고, 감정을 잘 조절하는 사람은 거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사고를 합리적으로 하고, 감정을 잘 조절하도록 하려면 수련과 공부가 필요하다. 사고는 앎과 관점, 즉 지식과 철학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교사는 사이버 과정을 이수하여 보육교사를 취득하였다고 하는데, 그 과정이 보육교사의 자격을 취득하는 데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은 그동안 학계에서 계속 있어 왔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철학을 갖추지 못하면 행동에도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개인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인지적'정의적'감정적'행동적 양식이 인성이기 때문에 사고와 감정은 인성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폭행 보육교사는 수련이 부족하였고, 기본적인 인성도 갖추지 못한 상태의 사람이었다.
폭행 보육교사는 아동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가지고 있고,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무지에서 무자비한 폭력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아동의 발달 특성을 알고 그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 성인들이 즐겨 먹는다고, 서너 살 아이들도 맵고 짠 김치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 건 잘못이다. 억지로 먹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더 큰 잘못이다. 아이들의 발달 특성에 맞게 가르치는 것, 즉 좋은 교육 방법은 윤리적이어야 하고, 아이들에게 매력적이어야 하며, 의미가 있어야 한다. 아이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교육 방법은 아이들을 불행하게 할 뿐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한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의 양성과정, 직무교육, 감독 시스템, 엄격한 처벌 등 모두 재정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보육환경을 개선하여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한 보육교사의 잘못된 인성만 탓하거나 처벌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보육환경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보육은 사람을 다루는 일이다. 그것도 어린 꿈나무들을 키우고 보살피는 일이다. 그런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있는 보육교사를 허술하게 관리하고, 보육의 직무를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 사회분위기도 고쳐야 한다. 우리나라의 보육료는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어 맘대로 올려 받지도 못한다. 사람에 대한 서비스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과연 보육서비스가 다른 서비스에 비하여 얼마나 가치를 인정받는가? 의료서비스, 사교육서비스, 미용서비스 등과 비교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처벌적 사후약방문식이거나, 철저한 감독만 한다고 되지 않는다. 사회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아이들을 보육하는 일이 소중하고,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수한 인재가 보육교사를 지망하고, 양성과정과 직무교육이 철저히 이루어지고, 품격 높은 보육을 실천할 수 있다. 사고가 터졌을 때만 잠시 떠들다 잊지 말고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인원/계명문화대 교수·유아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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