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전만 해도 길거리에서 담배꽁초 줍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이들은 남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를 주워 모은 연초 부스러기를 종이에 돌돌 말아 피우며 담배 갈증을 달랬다. 거의 피우지 않고 버려진 장초를 어쩌다 발견하면 "심 봤다!" 수준은 아니더라도 '운수 좋은 날' 정도로는 치부되던 시절이었다.
2015년 벽두 풍경을 보면 그 시절로 회귀한 기분이다.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허리춤에 달린 비닐봉지 안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하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쁜 막노동자들에게 담배는 삶의 무게를 잠시 잊게 하는 휴식수단인데 새해 들어 두 배 가까이 값이 오른 뒤에는 양껏 피우기도, 동료들에게 한 개비 달라고 하기에도 부담스러운 '고가품'이 되고 말았다.
고된 훈련 후 울려 퍼지는 "담배 일발 장전!" 구호는 병사들에게 한줄기 복음 같았다. 나는 비흡연자라서 그 정확한 맛을 알 수 없었지만 필터까지 태울 정도로 담배를 빨아대던 동료 병사들의 표정에서 그 느낌을 짐작하곤 했다. 요즘에는 군인들도 담배 피우기 힘들어졌다고 아우성이다. 상병 월급이 15만원 안팎인데 하루에 한 갑씩 담배를 PX에서 사고 나면 월급이 거의 떨어진다고 한다.
끝을 알 수 없는 경제 침체 속에 개비 담배와 낱잔 술 판매 등 경제불황형 아이템들이 다시 등장했다. 수입은 점점 쪼그라드는데 세금은 더 내라고 한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겠다며 세금 고지서가 여기저기서 날아드는데 서민들 입장에서는 가렴주구(苛斂誅求)와 같다. 연말정산을 앞둔 '유리알 지갑' 봉급생활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13월의 월급'이 아니라 '13월의 세금'이다. 담뱃세에 이어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이 기다리고 있고 정부당국은 주류세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한다. 이러다가는 '숨 쉬니까 세금 내라'는 호흡세마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2013년 8월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세금을 걷는 것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라고 말해 지탄을 받은 적이 있다. 문제는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세금, 분담금, 공공요금 등을 올리며 거위털을 뭉텅이로 뽑으려 든다는 점이다. 이런 갑질도 없다. 재벌과 대기업을 대상으로는 거위털이 아니라 솜털이라도 뽑을 생각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고통은 분담하는 것이다. 그게 사회정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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