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정부 R&D의 새로운 도전

창조경제 시대 창의적인 R&D 필요, 작고 가벼운 중소기업이 핵심이 돼야

1961년 울산생. 서울고
1961년 울산생. 서울고'한국외국어대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전략기획실장

R&D 제도 현장서 제대로 적용하려면 공정성'투명성'전문성 등 원칙 지켜야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R&D에 투자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R&D 생산성이 저조하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정부 R&D 투자 규모에 비추어 과거 양적 팽창 위주의 기술 정책 수단은 이제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이고,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정부 R&D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R&D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정책적 개입 양상보다는 보다 정교하고 효율적이며 질적 수준이 배가되는 정책적 수단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정부의 기술 정책은 R&D 제도로 구체화되어 R&D 관리를 통해 현장에서 이행된다. R&D 제도를 설계함에 있어 R&D를 수행할 대상 과제의 기획, 기술개발 수행, 개발 결과의 사업화라는 기술혁신의 전체 단계를 고려하게 된다. 산업기술 분야의 설계도가 과학기술 분야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는 것은 대상이 기업이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장 상황을 적시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기술 R&D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R&D 제도 또한 시장 상황을 반영한 수요자 지향적 R&D 강화에 초점을 맞춰 매년 제도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설계도에 따라 R&D 제도를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공정성' '투명성' '전문성'의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좋은 과제를 발굴하고 적정 수행자를 선정하여 철저히 성과 관리를 해나가는 R&D 관리가 작동하게 된다.

일견 사회 통념상 간단해 보이는 세 가지 원칙이지만 정부 R&D 투자의 당위성 확보와 R&D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는 세 마리 토끼 모두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R&D 제도와 관리의 원칙들이 정부 R&D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핵심 요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책 수단이 미스매칭되지 않고 정교하게 조합되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창조경제 시대에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R&D를 통해 기술혁신을 이루려면 작고 가벼운 중소기업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R&D에서 중소기업 지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된 나머지 획일적이고 동일한 정책적 수단에 의한 투자 확대는 정부 R&D의 생산성 제고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R&D 투자 확대가 오히려 온실효과로 작용, 중소기업의 자생적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리의 경우 R&D가 가능한 종업원 5인 이상 중소 제조업체 수가 약 35만 개(2012년 기준) 정도이고 이 중 R&D 집중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기업연구소를 지닌 기업이 3만 개가 조금 넘는 수준이며 연간 매출 100억원 이상인 혁신형 중소기업 수는 1만 개 남짓이다. 같은 중소기업이라도 R&D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세분화하여 그에 적합한 정책수단을 구사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R&D 저변 확대를 위한 정책수단과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혁신형 중소기업을 목표로 한 정책수단이 달라야 하고 관련부처의 명확한 역할 분담 또한 필요한 사항이다.

2000년대 이전 과거 R&D 저변 확대 시대에 요구되었던 R&D 관리 원칙은 재원 배분 시장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였으며 전문성은 필요 기술들을 규명하고 이를 적절한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는 데 집중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경쟁 환경은 양상이 매우 다르다. R&D 저변 확대로 무장한 중국 등 새로운 경쟁국의 추격을 극복함과 동시에 선도적 기술개발을 통해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려는 미국 등 최첨단 기술 보유국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우리의 경우 새로운 경쟁 환경에 부합되도록 선택과 집중 전략을 마련하고 R&D 관리 방향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공정성과 투명성의 원칙은 변함이 없지만 무엇보다도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과제를 발굴하여 성과를 극대화해 나가는 R&D 관리의 전문성이 그 어느 시기보다 강조되어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다양한 정책적 수단과 경험을 지니고 있다. 다만 필요한 것은 다양한 정책적 수단의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하여 적절히 조합한다면 정부 R&D가 당면한 새로운 도전 즉 R&D 생산성 제고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호/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사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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