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주전급 선수 중에도 연봉이 1억원에 못 미치는 선수가 있다. 지난 4년 동안 리그를 평정한 팀이란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다. 하지만 그의 경력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난해 5월에서야 생애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 자리를 꿰찬 박해민(25)이다.
대졸 신고선수로 2012년 삼성에 입단한 박해민은 올해 7천만원을 받는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최저 연봉인 2천400만원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3배 가까이 올랐다. 당연히 올해 연봉 협상에서 팀 내 최고 인상률을 기록했다.
박해민을 삼성의 '화수분'으로 꼽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이미 지난해 타율 0.297과 31타점, 36도루, 65득점으로 팀의 우승에 적잖게 이바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넥센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줬던 '부상 투혼'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했다.
그럼에도 삼성이 박해민을 팀의 '신형 엔진'으로 평가하는 것은 또 다른 반전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바로 타석 변경이다. 원래 오른손잡이인 그는 빠른 발을 살리려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왼쪽 타석에 들어섰지만 올해 다시 오른손 타격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괌 전지훈련에 우타자용 헬멧을 하나 더 챙겨왔습니다. 어쩌면 제 야구 인생이 걸린 큰 변화가 될 수도 있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잘 해내도록 열심히 스윙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박해민의 우타자 전향은 류중일 삼성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타격 때 힘이 실리지 않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타고난 왼손잡이가 아닌 만큼 오른손으로 타격하면 '똑딱이 타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좌타자가 넘쳐나는 타선도 고려됐다.
박해민이 국내에선 드문 유형인 스위치히터로 거듭날 가능성도 있다. 메이저리그 당대 최고의 스위치히터로 활약했던 치퍼 존스(애틀란타 브레이브스)처럼 좌'우 타석을 가리지 않는 타격 솜씨를 뽐낸다면 삼성으로선 금상첨화다. 미생(未生)에서 완생(完生)으로의 '진화'다.
"고교 2학년 때 잠깐 우타석에 선 경험이 있습니다. 감독님도 스프링캠프 훈련을 지켜보고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씀하셔서 완전한 우타자 전향보다는 스위치히터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제가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겠지요."
1군 해외 전지훈련이 처음인 박해민은 올해 한결 편안한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가족이 대구 수성구 시지동으로 이사를 온 덕분이다. 서울 토박이인 그의 부모가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는 아들을 위해 대구행을 결심한 것이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지난해 신인왕을 받지 못한 아쉬움도 전혀 없습니다. 애초 목표조차 아니었거든요. 1군에 처음 올라왔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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