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식지 않은 '성난 민심'에 화들짝…또 다른 땜질 무리수 뒀나

정부와 새누리당이 21일 당정협의를 통해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연말정산 보완책을 소급적용하기로 한 것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성난 민심'에 대해 극약처방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에 개선" Vs "표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

전날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기자회견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위원과의 티타임에서 "오늘 잘 하셨다"고 했고, 새누리당에서도 보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일단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하루 만에 바뀌었다. 2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심재철'정병국 국회의원 등이 나서 연말정산 관련 세제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김 대표는 "연말정산 정책은 설계를 잘못해서 생긴 문제인 만큼 당정협의를 통해 확정을 지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이 문제는 대단히 심각하다. 원점에서 시작해달라"고 거들었다. 이날 새누리당은 보완책 소급적용은 물론 교육비와 의료비 공제 조정까지 거론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靑도 민심이반 경고음에 어쩔 수 없이 수용

청와대는 이날 정부'여당의 연말정산 보완책에 대해 별다른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국민이 이해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고 했고, 다른 주요 관계자들도 이번 논란은 세금을 덜 내고 덜 받게 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연말정산 보완 요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날 청와대의 '침묵'은 사실상 당정의 합의사항을 수용하겠다는 태도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특히 연말정산 파동이 조기에 수습되지 못할 경우 조직 및 인사개편과 부분 개각 등을 통해 정윤회 문건파동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집권 3년 차 국정동력을 확보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초래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땜질 처방?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번 당정 합의 내용이 충분한 검토 없이 들끓는 여론을 진화하기 위해 취해진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완책의 소급적용은 법적 안정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데다, 아직 연말정산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대응이라는 반응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하루 전만 해도 연말정산 문답자료를 내면서 예외적인 사례를 빼면 세 부담 증감이 당초 정부 발표와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법 개정안을 만들고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소급적용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성급히 개정을 서두르다가는 '졸속 입법'이라는 또 다른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석민 기자 sukmin@msnet.co.kr

이지현 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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