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많지만 이것을 다 맛볼 수는 없다. 그나마 지금 우리가 행복한 건 세상의 다양한 음식들을 몇 년 전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동안 '월드 푸드'에 대한 호기심이 많이 늘어나서인지 대구에서도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늘어났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음식이라면 '커리'(Curry)를 기반으로 하는 인도·파키스탄식 요리라 할 수 있다. 특히 경북대 북문과 북부정류장 주변에는 맛있는 인도 카레 전문점들이 속속 문을 열었다. 이번에 찾은 곳은 대구 서구 비산동 북부정류장 근처에 자리 잡은 인도'파키스탄 요리 전문 레스토랑 '알리바바'다.
◆이들이 북부정류장에 모인 이유
기자가 '알리바바'를 찾은 16일은 금요일로 대구 지역 이슬람교 신자들이 서구 비산동에 있는 이슬람 예배당을 찾아 기도를 하는 날이었다. 파키스탄 비즈니스 어소시에이션(Parkistan Business Associa
tion, PBA) 대구경북지역 회원들은 이날 예배당에서 예배를 마친 뒤인 오후 2시 30분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알리바바'를 찾았다. PBA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파키스탄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대구에서도 예배일이나 각종 행사를 통해 친목을 다진다. 이들에게 이슬람 예배당과 가까운 '알리바바' 레스토랑은 고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단골손님인 라쟈 아메르(34) 씨는 "이곳에서 인도나 파키스탄 사람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인도, 파키스탄 사람이 제일 많이 오지만 한국 사람들부터 대구에 사는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이 이곳의 음식을 맛보러 오는 걸 많이 봤습니다. 아무래도 주말에 오면 많이 북적이는 것 같아요. 주말에 쉬는 인근 공단 지역 외국인 노동자들과 대구경북지역 대학교에 유학 온 인도'파키스탄 학생들이 올 수 있는 시간이 주말이니까요."
라쟈 씨의 말을 듣고 보니 대구 사람들의 입맛이 점점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받아들일 정도로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파키스탄 현지와 똑같은 맛
이날 PBA 회원들이 주문한 음식은 총 10가지였다. 먼저 맛본 것은 탄두리치킨과 치킨 티카. 인도식 전통 양념을 바른 닭고기를 통째로 전통 화덕에 구워 낸 탄두리치킨은 기름이 쪽 빠져 바삭한 맛과 양념에서 오는 알싸한 맛 때문에 느끼함이 전혀 없었다. 치킨 티카는 작은 크기로 잘라 낸 닭고기에 탄두리치킨처럼 양념을 입혀 구워낸 요리인데 양념 맛이 탄두리치킨보다 좀 더 강했다. 뒤이어 나온 닭고기, 양고기, 콩 등으로 만든 4종류의 커리 요리와 인도식 볶음밥인 '브리야니', 그리고 커리에 찍어 먹을 난 등이 나왔다. 양고기 커리는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처음 양고기를 맛보는 사람도 도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또 두 종류의 콩 커리는 흡사 우리의 청국장 콩을 씹을 때 느껴지는 구수함이 커리의 향과 함께 조화를 이뤄 담백한 맛을 냈다. 이날 점심을 함께한 마지드 알리(40) 씨는 "여기서 먹는 음식의 맛이 고국 파키스탄에서 먹는 음식과 거의 똑같다"며 "이곳에서 고국의 음식을 맛보고 나처럼 외지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고향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많은 힘을 얻고 간다"고 말했다.
이처럼 파키스탄 현지와 똑같은 맛을 낼 수 있었던 데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음식에 들어가는 향신료나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할랄 푸드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방장 아심 파르데시(24) 씨는 "예전에는 파키스탄 음식에 많이 들어가는 '고수'를 구하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이 늘었고, 한국에도 할랄 방식으로 도축하는 곳이 있어 식재료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인도·파키스탄 요리는 향신료가 내는 특유의 향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힘든 사람도 분명히 있다. PBA 회원들과 주방장 파르데시 씨에게 인도'파키스탄 요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나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입문용 요리'를 추천받았다.
"특유의 향이 부담스러우시다면 탄두리치킨과 인도식 튀김만두인 '사모사'에 먼저 도전해보세요. 아마 평소에 먹던 매콤한 맛과 비슷해서 쉽게 드실 수 있을 거예요.
"
주방장 파르데시 씨는 "식당에 한국 손님들이 오면 그분들 입맛에 맞게 향신료를 적절히 조절하기도 한다"며 "많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우리 식당을 찾아 인도·파키스탄 요리가 꽤나 맛있는 요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치킨 티카와 닭고기·양고기 커리, 밥과 난 등을 포함한 세트메뉴 1만7천원, 커리 종류 1만~1만2천원, 난 2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규모: 50석
▷주차는 북부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 이용
▷문의: 대구광역시 서구 서대구로 303-10(비산동 1840-1), 053)355-7851, 010-9556-9259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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