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동 24시 현장기록 112] 한바탕 소동으로 끝난 심야의 112 신고전화

얼마 전 대구지방경찰청에 112 신고전화로 다급한 여성의 울음과 비명이 30여 초간 들려왔다. 전혀 통화를 할 수 없는 상태로 비명만 계속되고 전화를 건 신고자와는 통화가 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되다가 전화가 끊어졌다. 몇 년 전 있었던 경기도 수원의 '오원춘 사건'을 머릿속에 떠올린 근무자들은 다급해졌다.

위치 추적을 통해 가까운 지역의 순찰차는 물론 토요일 새벽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을 경찰서 형사들과 방범순찰대까지 100여 명 이상이 현장 주변으로 출동하여 통화지점 반경 1㎞ 주변의 모든 여관을 수색했다. 무려 세 시간 가까이 걸린 수색에도 결국 신고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통신수사를 통해 신고자의 주소를 확인하고 집을 방문했더니 신고자는 이미 깊은 잠에 곯아떨어져 자고 있었다. 신고자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소동은 끝났다.

경찰은 '오원춘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시스템 및 매뉴얼 정비에 나서면서 112 신고사건 처리로 말미암은 국민적 불신과 불안 해소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물론 위의 신고전화도 다행히 남녀 간의 다툼에서 비롯된 촌극으로 끝나 안도했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경황이 없었겠지만 안정을 되찾은 후에 다시 한 번 112로 전화를 걸어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 주었다면 그 많은 경찰 인력이 수색에 나서는 불편도 없었을 것이고, 새벽 시간에 단잠에 빠져 있는 많은 투숙객들을 깨우는 불편과 항의를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을.

이뿐만 아니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고 방향 감각을 잃은 여성들이 112나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짧게 하고는 통화가 끊어져 서너 시간을 신고자 찾기에 허비하는 예도 허다하다. 물론 당시의 절박한 상황과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이런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술이 깨고 정신이 돌아오면 휴대전화 통화 목록이나 문자메시지를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또 만약 휴대전화 통화 목록에 112나 119 번호가 찍혀 있거나 문자메시지함에 '연락 가능하면 경찰로 전화를 부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면 반드시 연락하여 자신의 무사함을 알려주셨으면 한다.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관들은 결국 통신수사 등을 통해 주소로 직접 찾아가 신고자를 확인하고서야 사건을 종결하게 되는 수고를 하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경찰력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이런 일이 생각보다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최근 '망치와 톱' 괴담이 떠돈 달서구의 사건 또한 이와 유사하다. 한밤중에 무서워서 망치와 톱을 들고 동네를 나섰다가 집으로 귀가해 잠을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112로 "젊은 남자가 망치와 톱을 들고 동네를 돌아다닌다"고 신고하면서 112 신고센터와 담당지구대가 발칵 뒤집혔다. 경찰들은 이 신고 때문에 문제의 젊은이를 찾느라 자정이 넘은 시각에 아파트 수십 가구를 일일이 방문해 확인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경찰관들은 잠이 깬 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신고 내용을 정확히 확인해야 끝나기 때문에 비난을 들으면서도 확인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그 신고 또한 촌극이었음이 밝혀진 후에야 안도할 수 있었다.

미귀가자나 가출인 신고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경찰서마다 하루에 여러 차례 미귀가자나 가출인 신고가 접수되고 매번 순찰차와 의경, 형사들이 사람을 찾으러 현장을 뛰고 있는데, 신고자들이 가족을 찾으면 꼭 최초 신고 경찰관서로 연락해 더는 헛수고를 하지 않도록 도와주었으면 한다.

112로 전화하는 신고자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처럼 엄청난 소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제대로 알고 현장을 정확히 확인한 후 신고해 주는 성숙한 시민정신 또한 아쉽다. 그리고 첫 번째 사례처럼 당사자가 안정을 찾은 후에는 다시 전화를 하여 경찰의 수고(?)를 덜어주려는 배려 또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러한 배려와 관심이 경찰을 더욱 힘이 나게 하고 더 열심히 뛰게 하는 영양제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도 결국 이처럼 사소하고 작은 일부터 제대로 관심을 두고 바로잡아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행정력과 경찰 활동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국민들 또한 같이 노력하고 협조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고 본다.

경찰은 시민들의 사소하고 작은 신고 사건 하나라도 전력을 기울이고, 안전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려 오늘도 순찰차 경광등 불빛을 밝히고 있다. 그러니 시민들께서도 이처럼 작은 배려와 관심으로 경찰이 더 힘을 내어 뛸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한다.

김현애 경사 대구 중부경찰서 서문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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