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어, 100일의 도전] 4) 시험

첫 쪽지테스트…헷갈리는 성조에 모두 '한~숨'

비록 쪽지시험이지만 첫 시험을 쳤다. 15일,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지 9일 만이다. 한 번에 2시간, 세 번 수업했으니 시간으로 따지면 6시간밖에 공부하지 않았다. 예고는 했지만 시험이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모두 긴장하는 눈치다. 자존심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성적이 좋아야 중국 여행 티켓을 거머쥐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방민아 선생은 "지난주 성조 변화에 대해 배웠는데, 얼마나 이해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시험지를 돌렸다. 시험을 쳐본 지 까마득한 이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수강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지난주 수업 끝난 뒤 선생님이 필기한 유인물을 거둬가 제대로 공부도 못했는데…" 하며 죽는 시늉을 한다. 그러나 방 선생은 특유의 미소를 짓고는 강행한다.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그냥 공부한 것 점검한다고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풀어 보세요? 정 모르시면 책을 보고 하셔도 됩니다."

책을 뒤적이는 수강생은 없다. 몇몇 도전자는 쓱쓱 연필 굴러가는 소리가 요란할 정도로 거침없이 써내려 간다. 방 선생은 수험생을 한 번 더 시험한다. "제가 없더라도 커닝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잠시 나갔다 오겠다"며 아예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막힘 없이 풀어가는 도전자가 있는가 하면 "휴유~" 한숨 쉬는 사람, 그냥 시험지만 뚫어져라 보는 사람, 연필만 돌리고 있는 사람. 긴장을 하니 자기도 모르게 습관이 나온다.

별 중요한 것도 아닌데 역시 시험은 시험인가 보다. 방 선생이 부담 갖지 말고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했지만 부담을 갖지 않은 수강생은 없었다.

다시 들어온 방 선생이 시험지를 걷었다. 빈칸이 많은 기자의 답안지를 확인한 방 선생이 빙긋 웃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어서 지난주 1과를 배웠는데, 단어 시험을 치겠습니다." 또 시험이다. "준비를 안 하신 것 같은데 5분 드릴게요."

이번엔 백지를 돌렸다. "제가 발음하는 단어와 어휘의 간체자와 병음을 표기합니다. 물론 성조도 표시하고 뜻도 적어야 합니다." 기본적인 단어 시험이다. 그러나 외울 때는 쉬웠는데 시험을 치니 간체자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성조가 2성인지 4성인지 헛갈리기도 했다. 이어 한 가지 시험을 더 쳤다. 1시간 내내 시험만 쳤다. "다음 시간에도 그때그때 평가하겠습니다." 예쁜 얼굴을 한 방 선생이 독하게 느껴진다.

쉬는 시간. 한 수강생은 "대학 졸업하고 취직시험 치고 '이제는 시험에서 해방되나' 했는데 또 시험이라니…" 하면서도 "어쨌든 긴장은 되지만 설렘과 스릴이 있어 재미있어요. 수업시간에 딴생각 안 하고 열심히 듣고 복습도 해야 될 것 같아요." 이어진 시간. 방 선생은 수강생 13명 이름의 중국식 발음을 칠판에 썼다. "우리나라 발음과 많이 다를 거예요. 지금부터 동료를 부를 때 중국 발음으로 부르세요." 새로운 이름 하나를 갖게 된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다. 열심히 자기 이름을 따라 해본다. 일반적인 단어나 어휘보다 이름 발음이 더 어렵다. 그러나 어렵고 힘들지만 뭔가 이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3일 화요일 수업에서는 품사와 어순 등을 배웠다.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능원동사, 개사 등 우리와 다른 품사도 있으니 잘 배워야 합니다. 문장은 '주어+술어+목적어'로 돼 있어 영어와 비슷하지만 이것 또한 다른 부분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방 선생은 거듭 발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인은 자국어이기 때문에 발음이나 성조가 다소 부정확해도 알아들을 수 있지만 우리는 배운 대로 하지 않으면 중국인이 못 알아들을 수 있고,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되기 때문에 발음이나 성조를 제대로 발음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힘들지만 조금만 더 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 겁니다. 힘내세요. 아자!"

병을 주더니 약도 준다. 이렇듯 방 선생과 수강생들은 점점 정이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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