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탄과 어머니
"야야, 괜찮나?" "으응, 엄마 괜찮아…."
지금으로부터 딱 40년 전만 하더라도 그렇게 산골이 아닌 일반 농촌마을에서는 난방과 조리용으로 대부분 연탄과 나무를 연료로 쓰는 집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어머니께서는 집에서 시오리 정도 떨어진 읍내로 손수레(리어카)를 끌고 연탄을 사러 가자고 하셨다.
마을에 있는 연탄가게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읍내의 연탄공장에서 바로 구입하면 한 장당 몇 푼이라도 싸게 살 수 있어서 50~60장만 구입하더라도 중학교 입학 때 사야 할 책가방 하나 가격은 충분히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읍내에 도착해 연탄과 생필품을 구입한 후, 조~금의 군것질을 마치고 거의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집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읍내에서 우리 집까지 가는 길의 중간쯤에 꽤 높은 고개가 하나 있었다.
어머니는 밀고 나는 끌며 더디게 정상에 오르다 보니, '그래도 남자'라는 조금의 우쭐대고 싶은 마음에 "엄마, 이제 내리막이니 혼자서 내려갈게"라고 말한 후 서서히 출발했는데 웬걸, 점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더니 중간쯤에서는 어린 내가 감당치 못할 속도가 되어 버렸다. 2, 3초 사이의 거리가 왜 그렇게 길게만 느껴지고 또한 두려웠던지….
짐의 무게에 속도가 더해지니 속으론 '아차, 이젠 죽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최대한 검정 고무신을 신은 발바닥을 브레이크 삼아 어떻게 어떻게 해서 무사히 내리막길의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뒤늦게 도착하신 어머니께서는 어린 자식을 껴안으시곤 이리저리 몸을 살펴보셨다.
엄마 품을 빠져나와 웃으면서 바라보니 어머니의 눈에서는 그새 눈물이 그렁그렁하셨다.
-김병곤(구미시 봉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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