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에 둥지 튼 사람들] ③김혜정 대구시의원

대구시의회 與 29 vs 野 1…한 명이 접니다

28년 동안 대구에 살면서 인생의 꽃을 활짝 피운 김혜정 대구시의원, 김 의원에게 대구는
28년 동안 대구에 살면서 인생의 꽃을 활짝 피운 김혜정 대구시의원, 김 의원에게 대구는 '당신의 대구'가 아니라 '내 사랑 대구'다.

대구가 '꿈의 땅'이 된 여성이 있다. 전남 강진군에서 태어나 목포여자상업고등학교를 수석(전남도 교육감상)으로 졸업했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 은행 등 금융권 추천까지 마다했다. 그리고 경북 영천의 성덕대로 입학했다.

이 여성은 대구 K-2 공군기지에 근무했던 한 공군 부사관(부산 사나이)과 결혼했고, 대구에서 둥지를 틀었다. 올해로 벌써 29년째다. 고향(강진'목포)에서 보낸 세월보다 대구에서 거주한 기간이 더 오래됐다. 명실상부 '대구 여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남 1녀의 어머니로 지난 연말 장남이 결혼해 본의 아니게 50대 중반에 시어머니가 돼버렸다. 이 시어머니가 바로 대구시의회 의원 30명 중 유일한 야당인 김혜정(54) 시의원이다. 제7대 대구시의회는 새누리당 소속이 29명이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 딱 1명이다.

◆대구가 내 꿈을 키워준 결실의 땅!

전남 강진 한 여성과 부산 사나이 한 군인은 대구를 따뜻한 터전으로 삼았다. 1987년 이후 30년 가까이 대구에 살고 있는 김 의원은 '대구는 내 꿈의 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어릴 적에는 아나운서나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대구에 정착하면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꿈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결과 지금의 여성 정치인 김혜정 시의원이 됐다.

결혼 후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는 2남 1녀를 잘 키우는 일에 열정을 쏟았다. 보험회사 경리로 출발해 영업소장까지 맡으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목포여상 수석 졸업자답게 회사 생활도 똑 부러지게 했다. 남편 내조도 자녀교육도 다 잘했다. 시어머니와 관계도 ,가정사를 원활하게 이끌어갔다. 결실은 풍요로웠다. 장남은 교육자 집안의 배우자를 맞아들였고, 둘째인 딸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를 졸업한 후 세계적인 의류회사인 ㈜버버리에 근무 중이다. 막내아들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을 졸업한 후 레콤(Lecom) 약학대학원에서 약사의 길을 걷고 있다. 34년 동안 군인의 길을 걸은 남편은 공군 준위로 예편했으며, 연금을 받지만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사실 부러울 게 없다. 대구에 둥지를 튼 후로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렸다. 마치 자신에겐 약속의 땅이나 다름없었다. 새해부터는 대구한의대 평생교육융합과에 편입, 석사과정까지 계속 공부할 계획이다.

◆대구에서 여성 정치인의 길을 걷다

김혜정 시의원이 정치의 길로 접어든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보험회사 영업소장으로 활약하며, 폭넓은 대인관계 등 사회생활의 내공을 쌓아 대구에서 야당 당원이 됐다. 여성이고, 눈에 띄는 미모(?) 때문인지 야당의 한 유력인사가 당시 민주당 대구시당 여성위원장 자리를 강력 추천했다. 그 때문에 김 의원은 당원 생활 1년 만에 주요 당직 자리를 꿰찼다. 2년 동안 여성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했고, 대구시당 위원장에도 도전했다. 비록 홍의락 국회의원(현 대구시당 위원장)에게 55% 대 45%로 패하긴 했지만 '예상을 넘어서는 선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게 된 그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통해 대구시의회의 유일한 야당 의석 1자리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비례대표 후보자 경선에는 3명이 경쟁했는데, 김 의원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참 신기하죠. 누군가 저를 돕고 있는 것 같아요. 정치 입문 5년 만에 이만큼 성장한 저 자신을 발견하곤 해요. 앞으로 꿈도 있죠. 제7대 대구시의회에선 비례대표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지만, 제8대에서는 당당히 지역구에서 당선되고 싶어요. 제1야당의 대구시당 위원장 자리도 도전할 계획이 있어요."

인터뷰를 하는 2시간 동안 놀란 사실이 하나 있다. 동료 시의원 3명이 김 의원의 방에 놀러 왔다. 사진 촬영 때문에 계단에서 우연히 만난 동료 여성 시의원과도 포옹할 정도로 친분을 나누고 있었다. 이 정도 되면, 같은 여당 내 의원들 사이도 부럽지 않을 정도다. 실제 그는 동료 차순자 시의원의 상임위를 바꿔달라는 부탁도 잘 들어줬으며, 여야를 떠나 대구시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머리를 맞대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었다.

◆대구 동구 토박이라 불러주세요

김 의원은 남편의 직장 때문에 대구 동구를 떠날 수가 없었고, 지금도 동구 지저동에 살고 있다. 29년째 동구에 살고 있으니, 이젠 동구 토박이라 불릴 만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공군 부사관이었던 남편에게 비상이 떨어지면 20분 내로 영내로 들어가야 했던 탓에 K-2 공군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동구에 사는 한 가정의 아내로서 '내조의 여왕'이라는 호칭도 붙을 만하다. 김 의원은 시어머니가 하신 말씀(남편에게 마음 상하는 말을 하지 말라)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래서 때론 남편에게 섭섭한 일이 있어도, 마음속으로 삭이며 인내와 절제 속에 가정을 꾸려왔다. 시어머니는 이런 며느리의 마음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며, '며느리 내조의 왕'이 됐다.

다소 심술궂은 질문을 해봤다. '남편의 고향이 부산인데 남부권 신공항 입지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느냐'고 묻자, 김 의원은 "영남지역 5개 시도가 다같이 잘살 수 있고, 경제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곳은 밀양이 아니겠느냐, 남편도 전체가 다 좋으면 그게 옳다고 말한다"고 답했다.

그는 대구의 정치색에 대한 불만도 살짝 드러냈다. "정치적으로 보수 일변도의 노선을 걷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여당이라도 비난받을 일을 했을 때 채찍질을 해야 합니다. 저 역시 야당이기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되겠죠. 야당도 잘하는 일에는 박수를 더 크게 쳐주세요."

스스로 대구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김 의원은 현재 대구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민개혁위원회 위원으로도 맹활약 중이다. 더불어 달빛동맹(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을 합친 영호남 협력)과 영남 김대중 공원-광주 박정희 공원 조성 등 영호남 화합을 위한 일에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기획취재팀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사진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출생=1961년 전남 강진군 ▷가족=2남 1녀, 남편은 공군 준위 예편 ▷학력=성요셉여중-목포여자상업고-성덕대 노인요양재활복지과 졸업 ▷경력=민주당 대구시당 여성위원장, 국제장애인문화교류 대구시협회 부회장, 현 영호남 한가족운동본부 사무총장, 현 제7대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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