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계파 갈등, 지역에 불똥 튈라…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이 난장판이다. 여야는 친박 대 비박, 친노 대 비노 등 계파 갈등으로 집안 싸움이 한창이고, 청와대는 내부 기강이 무너져 쇄신 압박을 받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무색할 정도다.

우선 새누리당 내 계파 전쟁에 관심이 집중된다. 상하이발 개헌론,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청와대 쇄신론 등 친박과 비박 간 갈등을 촉발했던 요인들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김무성 대표의 '수첩 파동'으로 계파 간 세 싸움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계파 갈등이 지역 정치권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지역 국회의원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매번 계파 싸움 결과에 따른 뒤끝이 좋지 않았던 경험 탓이다.

지난 2008년 총선 직전 당시 한나라당은 친이계와 친박계로 양분돼 서로를 물고 뜯었다. 이후 대선에 승리한 친이계는 공천학살로 보답(?)했고, 많은 친박계 인사들이 길거리로 나앉았다. 일부 친박 인사들은 탈당해 '친박연대'를 일시적으로 만들어 영남권을 중심으로 생환에 성공했지만, 그 생채기는 컸다.

반대로 2012년 총선을 앞두고는 친박계가 당권을 잡은 상황에서 친이계가 대거 탈락해 공천보복이라는 논란이 벌어졌다. 당내 비주류에 대한 주류의 공천학살이 4년 주기로 반복된 셈이다.

이런 4년 주기 전쟁의 피해 지역은 매번 대구경북이었다. 지역 출신 한 정치인은 "계파 갈등이 어느 정도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 예외 없이 당 혁신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혁신의 주요 작업이 새 인물로 바꾸는 것"이라며, "새누리당 간판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공식이 적용되는 대구경북이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물갈이 폭이 크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19대 국회에 입성한 대구지역 국회의원 중 7명이 새 인물로 교체됐다. 참신성에도 불구, 선수(選數)가 우선시되는 국회에서 중량감이 확 떨어진다는 약점이 상존한다.

한 여권 인사는 "대구경북 지역 정치권의 영향력이 갈수록 부산경남과 수도권, 충청권에 밀리게 된 이유도 사람을 키우기 전에 싹을 잘라버린 데 있다"면서 "매번 총선 때만 되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물갈이의 주타깃이 대구경북으로 집중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올해도 어김이 없을 듯싶다. 친박과 비박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보면 계파 싸움이지만, 내심은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한 다툼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대구의 한 국회의원은 "이렇게 티격태격하다가 연말쯤 되면 쇄신을 빌미로 물갈이론이 등장할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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