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교육부는 상고<上告>를 포기하라

"우리는 예비교사입니다. 이번 사태를 묵과하고서 훗날 교단에 선다면 학생들 앞에서 어떻게 '민주'와 '정의'라는 단어를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경북대 사범대학 1천300명의 학생을 대표하는 단대운영위원회가 이달 14일 발표한 '경북대 총장 임용 거부에 대한 성명서'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 경북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 사태는 지난해 12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립대 총장은 교육부장관의 임용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당시 교육부는 경북대가 추천한 총장후보자(2명)의 임용제청을 아무런 이유없이 거부했다.

대학 구성원의 총의(總意)를 모아 추천한 총장후보자 임용제청을 거부하면서 아무런 설명이 없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경북대 교수회부터 시작해 대구경북 62개 시민단체가 일제히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침묵했다. 급기야 사범대 단대운영위원회에 이어 복현교지편집위원회(16일), 사회과학대 단대운영위원회(21일) 등 경북대 학생 대표까지 명확한 임용제청 거부 과정의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론적으로 말해 교육부의 총장 임용제청 거부 과정은 민주적이지 않다. 정의롭지 않다. 그동안 교육부는 언론, 국회, 심지어 법원의 요구에도 거부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관례상 이유를 밝힐 수 없다.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교육부의 아무런 이유가 없는 국립대 총장후보자 임용제청 거부는 경북대가 처음이 아니다. 교육부는 한국체육대, 방송통신대, 공주대 등 국립대 총장 임용제청을 줄줄이 거부하면서 지금까지 이유를 밝힌 전례가 없다. 지난해 10월 교육부 국정감사 당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임용제청 거부 사유를 본인에게도 알려 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본인에게 알려주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황 장관이나 교육부의 응답은 없다.

법원 또한 본인에게는 임용제청 거부 사유를 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달 21일 공주대 총장 후보 1순위 김현규 교수가 교육부를 상대로 낸 총장 임용제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당사자에게조차 이유를 알리지 않고, 의견 청취의 기회도 주지 않아 행정절차법에 어긋난다"며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국립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는 행정절차가 아니라 인사행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대법원 상고를 잠정 결정하면서 경북대를 비롯한 국립대 총장 공석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돌이켜보면 교육부의 엉뚱한 고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육부는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의 명백한 출제 오류를 바로잡는 데 1년이나 걸렸다. 세계지리 오답자 1만8천884명 가운데 출제 오류로 피해를 본 수험생 100명은 이달 19일 국가를 상대로 23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송 변호사는 "출제 오류 자체보다 출제 오류가 밝혀진 뒤 교육부의 안일한 태도로 인한 피해가 더 심각해 위자료 산정에 이를 반영했다"고 했다.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 임용 과정에서도 똑같은 행태를 벌이고 있다. 교육부가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하면서 한국체육대는 23개월째, 공주대는 10개월째, 방송통신대와 경북대는 5개월째 총장 공석 사태를 겪고 있다. 비정상적인 총장 공석 사태는 결국 학생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 달 예정의 경북대 졸업생들은 총장 명의의 졸업장조차 못 받게 생겼다.

이즈음에서 교육부, 교육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바로 '학생' 아니던가.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국립대 총장 공석 사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애꿎은 학생 피해만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명확한 거부 이유가 있다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밝히고, 총장 재선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하루라도 빨리 임용제청을 서둘러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옳다. 교육부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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