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CTV 운용…단편적인 화면 학부모 불신 더 키울수도

인터넷 통해 실시간 확인땐 교사 교육권, 사생활 침해 논란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될 경우 CCTV 설치 후 운영을 놓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부모들과 어린이집 종사자들은 CCTV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되레 부모와 어린이집 사이에 불신이 쌓여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모(34) 씨는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에서도 웬만해선 영상 공개를 꺼린다"며 "원장이나 보육교사가 영상 공개를 거부하면 학부모로서는 속수무책이다"고 했다.

보육교사 이모(23) 씨는 "CCTV를 통해 보는 것은 단편적이다. 그래서 오해의 소지도 많고 일일이 학부모들이 이를 지적하거나 물어본다면 여러 가지 갈등을 빚을 수 있고, 보육교사의 자율권도 침범될 수 있다"고 했다.

어린이집 종사자, 아이들의 인권침해 논란도 해결해야 할 문제. 심지어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낳게 된다. 대구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교사가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씻겨주는 장면이 인터넷을 통해 보여진다면 제3자가 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자칫 캡처된 특정 장면이 인터넷으로 돌아다닐 수도 있다. 또한 범죄자가 CCTV로 손쉽게 어린이집 내부 구조를 파악하거나 교사가 자리를 비운 것을 확인하고 범행에 악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수성구의 어린이집 원장 김모(46) 씨는 "CCTV가 설치되고 이 화면이 실시간으로 보여지게 되면 부모는 다소 안심할 수 있을지 모르나 교사는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돼 심각한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과 어린이집 종사자들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CCTV 설치에만 급급하지 말고 구체적인 사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어린이집마다 충분한 협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부모는 "원장과 교사, 부모 대표들이 모여서 운영에 대해 충분한 상의를 거쳐 신뢰 관계가 형성돼야 CCTV 설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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