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극한 운동 즐기는 CEO…마라토너 고동현 대표·자전거 마니아 황미숙 대표

스스로 한계 도전, 경영자 자세 아닐까요

고동현 이화제면 대표는 마라톤으로 신뢰의 경영자로 변화했다고 말한다. 최근 뉴욕 마라톤에서 완주한 뒤 받은 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11월 뉴욕 마라톤 완주 후 환호하는 모습.
고동현 이화제면 대표는 마라톤으로 신뢰의 경영자로 변화했다고 말한다. 최근 뉴욕 마라톤에서 완주한 뒤 받은 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11월 뉴욕 마라톤 완주 후 환호하는 모습.
황미숙 로얄전기 대표는 올해 외발자전거로 극한에 도전하기로 했다. 외발자전거 타기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황미숙 로얄전기 대표는 올해 외발자전거로 극한에 도전하기로 했다. 외발자전거 타기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기업주의 건강은 회사 존망을 좌우하기도 한다.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의 병세 악화에 따라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데서 보듯 기업 경영자의 건강은 회사의 건강과 직결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때문에 CEO들은 자신과 회사의 건강을 위해 남다른 자기관리를 하는 이들이 많다. 대구의 CEO들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고집으로 '극한 운동'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마라톤 명장

고동현(64) 이화제면 대표는 '서브스리'(sub-3, 마라톤 풀코스 3시간 이내 주파) 마라토너다. 그는 마라톤을 하면서 회사 직원들에게 모범이 되는 경영자로 변화했다고 한다. 고 대표가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2001년 2월 17일, 전날 동창모임에서 마라톤을 하겠다고 '깜짝 발표'를 한 다음 날이었다.

"당시 저는 고혈압, 고지혈, 복부비만 등 온갖 성인병을 달고 있었습니다. 건강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였죠."

모임에서 또 4년 뒤에 보스턴마라톤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작정 시작한 마라톤의 첫걸음은 쉽지 않았다. 그는 "첫날 세 바퀴를 뛰니 머리가 핑 돌았다"며 "그래도 참고 매일매일 뛰었더니 6개월 뒤에 운동장 100바퀴를 뛸 수 있게 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은 2001년 12월 1일 전주마라톤 대회였다. 기록은 3시간 56분이었다. 이후 마라톤으로 살도 빼고 건강도 되찾았다. 2004년 4월 19일 보스턴마라톤 참가 약속도 지켰다.

"극한의 마라톤은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 마라톤을 하면서 약속한 바를 꼭 지켜내는 '신뢰'의 경영자로 이미지가 바뀌었죠."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2005년 '서브스리'에 성공한 뒤 후유증으로 아킬레스건이 부분 파열돼 수술을 3번이나 받고 2년을 쉬어야 했다. 하지만 마라톤에 대한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2008년 다시 뛰기 시작해 지난해 11월 2일 뉴욕마라톤까지 총 50번의 풀코스를 완주했다. 세계 5대 마라톤(보스턴'베를린'시카고'뉴욕'런던) 가운데 런던마라톤 하나만 남겨뒀다.

고 대표의 '마라톤 사랑'은 동호회를 만드는 데까지 이어졌다. 그는 2001년 6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부부 마라톤 동호회인 '대구달리네클럽'을 창단해 지금까지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 마라톤은 저와 뗄 수 없는 운동이 됐습니다.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뛰면 건강은 물론 정신도 맑아져 기업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되지요."

◆암 극복 후 찾은 스릴

황미숙(48) 로얄전기 대표 역시 아마추어 마라토너였다. 하지만 유방암 판정을 받은 뒤 마라톤을 접고 새로운 운동을 시도했다. 황 대표는 "암 치료를 받으면서 몸에 무리가 덜 가는 운동을 고민하던 중 나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 바로 외발자전거였다"며 "2012년부터 지금까지 외발자전거를 탔다"고 말했다.

외발자전거에 도전했지만 처음부터 쉬운 건 아니었다. 바퀴 한 개에 몸을 싣고 균형을 잡는 일에서부터 기어와 핸들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방향을 바꾸는 것이 난감했다. 처음엔 넘어지기 일쑤였다. 몇 달간 날마다 연습한 끝에 자유자재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황 대표는 최근엔 또 다른 운동에 빠져 있다. 바로 산악자전거(Mountain Bike'MTB)다. "산정상에서 내려올 때 시속 50㎞에 달하는 속도가 엄청난 '스릴'을 안겨줘요, 잡생각이 없어지고 스트레스도 날아가버립니다."

황 대표는 동호회에 가입해 야간 산행을 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자전거를 타던 중 사고로 팔을 심하게 다쳐 고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극한에서 오는 쾌감이 좋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고가 난 뒤 안전을 생각해 조심스럽긴 하지만 빠른 속도에서 오는 쾌감은 여전히 좋다"며 "운동은 건강을 얻는 것과 함께 스트레스를 해소해 일의 능률을 올려준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올해 외발자전거로 자신의 극한 체력을 시험하기로 했다. 32㎞ 거리를 외발자전거로 완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운동을 하고 도전하면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지난해 도전했다가 체력이 떨어져 실패했지만 올해는 꼭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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