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대통령의 욕조: 국가는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

대통령의 욕조: 국가는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이흥환 지음/삼인 펴냄

미국 워싱턴에서 내셔널 아카이브 설립 75주년 전시회가 열렸다. 대형 욕조와 빛바랜 종이 한 장이 전시됐다. 욕조는 거구로 유명했던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미 대통령이 썼던 것이고, 옆에 있는 종이는 욕조 제작 주문서다. 무려 100년 전 문서다. 어떤 문서라도 하찮게 여기지 않고 보관하는 나라,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기록물을 갖고 있는 나라, 미국이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 국민들이 국가기록물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게 없으면 정부가 한 일을 점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료들 자신도 자기네가 한 일을 검토할 방법이 없다. 겨우 230여 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 국가인 미국의 경쟁력이 여기서 나온다. 대통령이 물러나며 재임 기간 중 남긴 기록물을 대량으로 파기하는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저자는 미국의 국가기록물 보관 및 관리소인 '내셔널 아카이브'의 선진적인 기록'보관'공개 시스템에 대해 설명한다. 또 내셔널 아카이브 보관 기록물 중 한국 현대사 관련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미국은 이승만과 조봉암 등 한국 유명 인사들에 대해서도 기록했지만, 28세 농사꾼 아낙의 조선인민군 입대 청원서와 어느 인민군 병사의 낡은 사진첩까지 모았다. 저자는 혀를 내두른다.

저자는 현재 미국 국가기록물 가운데 한국 안보 관련 정보들을 모아 공개하는 워싱턴 코리아정보서비스넷(KISON) 선임편집위원으로 있다. 384쪽, 1만8천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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