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뽕도 따고 임도 본다' 대구 중구서 유래…『나무와 함께 떠나는 대구인물기행』

나무와 함께 떠나는 대구인물기행/이정웅 지음/학이사 펴냄

대구를 빛낸 인물과 특정 노거수를 연결함으로써 대구가 낳은 인물을 기억하고, 노거수도 보호하자는 책이다.

대구시 녹지과장을 역임한 지은이 이정웅 씨는 "도로건설이나 택지개발 등으로 하루아침에 노거수가 잘려나가는 일이 빈번했다. 산림관련법이 도시지역에는 제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노거수를 보호할 법적 근거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보호 방도가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태국의 사례를 알게 되었다. 주민들의 무분별한 도벌로 열대우림이 망가지자 태국 정부가 나무마다 스님의 이름을 붙였더니 베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불교국가인 태국은 스님을 존경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노거수와 관련이 있는 인물을 찾아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령 '이인성 감나무'처럼 말이다. 이렇게 하면 노거수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대구를 더 알고 사랑하고, 대구가 문화적으로 더 풍요로운 도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책은 육영사업가 김울산 여사와 동부지원교육청의 벽오동 나무, 의료선교사 존슨과 청라언덕의 사과나무, 서상돈 선생과 천주교 대구교구청의 히말라야시다, 경상감영을 유치한 체찰사 이덕형과 감영공원 선화당 앞 회화나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경북대 사대부고의 수양버들, 김수환 추기경과 계산성당 향나무,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비행사 박경원과 동부교육지원청의 히말라야시다, 육영수 여사와 영남이공대학교의 전나무, 서거정 선생과 도동 측백나무 숲 등 대구와 관련이 있는 인물 50인과 그들과 관련이 있는 나무 50그루를 소개한다. 이 중에는 미국인 2명, 일본인 1명도 포함돼 있다.

때로는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나무를 대신해 지은이가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특정 인물이 그 나무를 심게 된 배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특정 인물의 삶과 관련이 있는 나무를 선정해 이름을 붙이고, 그 배경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 책을 들고 슬슬 걷다 보면 오래된 나무도 구경하고, 그 나무가 전해주는 인물 이야기, 당시의 상황도 알 수 있겠다.

가령 동부교육지원청의 히말라야시다 앞에 서면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인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지난했던 삶을 만날 수 있다. 그녀는 현재는 동부교육지원청이 된 명신여학교(복명초등학교의 전신)를 졸업하고 1916년 신명학교에 들어갔다가 가정형편으로 중퇴했다. 학교를 중퇴해야만 했을 정도로 가난했던 그녀가 비행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한 시간 비행술을 익히는 데 120원(당시 쌀 24가마 값)이나 드는 돈을 벌기 위해 동료 학생들의 비행복을 빨아주는 아르바이트까지 했다는 이야기에서는 그녀가 그야말로 '신여성'이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대구에 뿌리내린 인천 이씨, 능성 구씨, 중화 양씨 등의 내력과 함께 나무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함께 소개한다. 가령 '뽕도 따고 임도 본다'는 말은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온 명나라 무장 두사충에서 비롯되었다. 두사충은 전쟁이 끝난 뒤 명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조선에 정착했다. 그는 지금의 대구시 중구에서 뽕나무를 가꾸고 누에를 치며 살았는데, 뽕나무 밭 옆집의 어여쁜 과부를 연모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근심을 알아차린 아들이 그 이야기를 전했고, 마침내 두 사람은 혼인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책은 여러 인물과 나무를 통해 대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56쪽, 1만5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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