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총리 교체 및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지지도가 30%(23일 한국갤럽 발표)까지 추락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유임이 점쳐졌던 정홍원 국무총리를 교체하고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후임으로 내정한 것이나 새누리당 친박계가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새 특보단을 전원 외부 전문가로 충원한 것에서 박 대통령의 '민심 되돌리기' 시도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퇴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 모두 청와대에 잔류시키고 청와대 개편도 국정기획수석실을 정책조정수석실로 바꾸는 선에서 최소화한 것은 냉정하게 말해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번 인사 및 조직 개편의 목적이 "국정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이 체감하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여론에 귀를 기울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 정도 수준의 조직 및 인적 개편으로 떠나가는 민심을 잡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아직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 즉 소통 부재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리 내정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와대와 내각 사이는 물론 당청 간 그리고 국회와의 소통에도 진력해 당청 간 불협화음을 없애고 야당에도 협조를 얻어내 국정과제의 차질없는 추진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과 수시로 만나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쓴소리도 주저하지 않고 말해야 한다. 이와 관련 이 내정자는 지명 직후 "무엇보다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고 존중하겠다"며 "대통령에게 쓴소리와 직언(直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 다짐이 총리 지명에 따라 으레 하는 말이 아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내정자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박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제에서 총리의 힘은 대통령에게서 나온다. 총리가 자체적인 힘을 갖는 '책임 총리'는 대통령제하에서는 그 자체로 가능하지 않다. 책임 총리가 되느냐 여부는 온전히 대통령이 권력을 분담할 의사가 있느냐에 달렸다.
이러한 대통령제 하의 총리의 '운명'에서 이 내정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이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 내정자의 고언(苦言)을 경청하고 실행에 옮길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이 내정자는 아무리 용을 써도 또 하나의 '대독(代讀) 총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또한, 박 대통령의 위기 탈출 시도도 무위로 끝나고 말 것이다. 그런 사태는 국민과 박 대통령 모두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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