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지지율

사람을 움직이려면 먼저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상대의 심리나 기호를 잘 알고 교감해야 소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인관계에 서툰 사람은 대부분 이 점에서 둔감하거나 남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자기 생각과 주장만 앞세우면 소통은 불가능하다.

로이드 조지 영국 총리의 일화다. 1차 세계대전을 종결짓는 1919년 파리평화회의와 베르사유조약의 세 주역 중 한 명인 그에게 물었다. 윌슨과 클레망소는 벌써 잊었는데 변함없이 지위를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그는 '미끼는 물고기 구미에 맞아야 한다'고 답했다. 고기를 낚으려면 물고기를 먼저 생각해야지 낚시꾼 생각만 하면 안 된다는 소리다.

15세기 일본 아시카가 막부에 오타 도칸(太田道灌)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전국시대 무장으로 에도성을 축조한 장본인이다. 유년시절부터 도칸은 매우 총명했으나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거만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를 걱정한 아버지가 그를 절에 보내 교육시켰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도칸의 자존심이 크게 상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냥을 나갔다가 폭우를 만나 농가 주인에게 비옷을 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농부의 딸이 도롱이 대신 매화 가지를 내밀자 도칸은 '이상한 여자네'하고 투덜대면서 성으로 돌아왔다. 이야기를 들은 측근이 옛 시를 들려주며 '매화 가지는 도롱이가 하나밖에 없다'는 뜻으로 빌려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에 열중한 나머지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한 점을 후회한 도칸은 이후 유머와 뛰어난 리더십으로 존경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는 보도다. 30%대 지지율은 임기 말에나 나옴 직한 수치다. 여당 내에서는 4월 보궐선거가 막막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청와대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니 대통령이 변하는 걸 기대하기보다 국민이 변하는 게 더 속 편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병풍이 똑바로 서려면 구부러져야 한다. 펴진 병풍은 절대 바로 설 수 없다. 장지문이 서 있는 이유도 제 능력이 아니라 위아래에 패인 홈에 몸을 끼우고 의지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한 것인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