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명 삶 선물하고 떠난 16세 포항 여고생

뇌병변장애 뇌사, 신장·각막 기증해 주변 숙연

장애를 안고 살던 열여섯 살 여고생이 환자 5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포항성모병원은 뇌사판정을 받은 포항여고 1학년 김세은 양의 유족들이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고 25일 밝혔다. 병원 측에 따르면 세은 양은 다섯 살 때 뇌혈관 기형으로 뇌병변장애 진단을 받았다. 세은 양은 몸의 왼쪽을 움직이기 불편한 상황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포항여고에 입학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밝게 지냈다. 학교 수업도 빠지지 않고 학업에 열중했다.

하지만 이달 초 세은 양의 건강에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방학을 맞아 집에 머물던 세은 양에게 갑자기 기침과 호흡곤란이 찾아왔다. 부랴부랴 병원으로 옮겼지만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뒤였다. 20여 일 간 병원에 머물던 세은 양은 결국 눈을 뜨지 못하고 23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세은 양의 가족들은 "세은이는 비록 생을 마감했지만 우리 아이의 짧은 삶이 헛되지 않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하늘나라로 보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은 양 가족들의 결정에 따라 병원은 세은 양의 양측 신장과 각막을 떼 질병관리본부 산하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된 5명의 환자에게 이식할 계획이다.

포항성모병원 관계자는 "경북도내에서 뇌사판정 및 적출수술이 동시에 이뤄진 것은 처음"이라며 "고인과 유가족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장례식장 사용을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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