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차 문화를 알리고 계승시키는 데 우리 차인들이 앞장섭시다. 건배!"
24일 오후 2시 대구 남구 대명동 영남이공대 천마체육관. 무대 앞 박선우 대구경북차인신년교례회 추진위원장이 건배사를 외치자 차인(평소 차를 즐겨 마시고 차 문화를 알리는 데 노력하는 사람)들이 각자 가져온 찻잔으로 차를 마신 뒤 새해 덕담을 건넸다.
이날 체육관엔 1천500여 명이 차인답게 차를 대하는 마음과 몸가짐을 정성스럽게 표현한 형형색색의 한복을 차려입고 모였다. 차인들이 마련한 테이블과 시음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체육관 내부와 복도 곳곳은 녹차, 쑥차, 국화차 등 차인들이 우려내는 전통차 향으로 가득 찼다.
한 공간에서 1천500여 명의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차를 마신 일은 전례 없는 신기록으로 국내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대구경북 100여 개에 이르는 차인 단체가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다. 그동안은 차인들은 모일 기회가 없어 단체마다 보유한 차 문화나 차에 대한 지식을 공유할 기회가 없었다. 이 때문에 차인들 사이에서 차 문화 발전을 위해 1년에 한 번은 얼굴을 맞대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있었다.
또 우리나라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아시아 국가 중 1위이고, 최근 곳곳에 들어선 카페로 우리 차 문화를 모르는 젊은 층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차인들의 위기감도 이 자리를 만드는 데 힘을 실었다.
행사에 참석한 박정수(54) 씨는 "정적인 분위기, 가정적인 분위기 등 단체마다 차를 마시는 분위기가 다르고 선호하는 차 종류 및 다기(茶器)들도 다르다. 이런 정보를 한자리에서 공유할 장이 없어 늘 아쉬움이 있었다. 앞으로 차인들이 모이는 자리가 자주 마련돼 한자리에서 우리 차 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전통차 문화 계승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박선우 추진위원장은 "짧은 시간 차를 마시며 얻을 수 있는 내적 평안, 여유 등은 각박한 생활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다. 앞으로 매년 차인들이 모여 서로 가진 차 문화를 공유하며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우리 전통차 문화 계승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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