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위엔 대개 구름이 내려와 앉아 있다
누구든 그 위에 앉으면 그 무게만큼 구름이 떠올라
그의 머리가 구름 속에 꽂힌다
어디선가 우레치고 큰비 내리는데
그는 복잡한 생각에 싸여 앉아 있다
제 의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힘준 발가락 느끼며
그 아래는 대개 구조가 단순하다
의자 다리는 네 개
그 사람 다리는 두 개
여섯 개의 다리 중 두 개에는 발가락이 달려
모든 균형이 잡힌다
(시집 『것들』, 문학과 지성사, 2006)
독자들은 가끔 시인들에게 이 시가 뭘 의미하는지, 이 표현이 뭘 표상하는지 묻는다. 그러나 시가 반드시 무엇인가를 이야기해 준다고 믿는 것은 오해다. 발생적으로 시가 내포하고 있던 노래는 음악이 가져갔고 이야기는 근대의 발명품인 소설이 가져갔다. 이미지만을 남긴 시는 미술에 더 가깝다. 그렇지만 미술보다는 노래와 이야기의 흔적이 더 많다.
이하석의 이 시가 뭘 이야기하려는 지에 대해 알 수 없다면 그림처럼 들여다보자.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이 보인다. 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복잡한' 삶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사는 게 그런 건데, 그래서 어쩌자고? 하고 묻는다면 그건 그림을 감상하는 자세가 아닐 터. 이 시의 이야기 구조는 발가락에서 나온다. 발가락이 균형을 잡는다. 그런데 이 시의 제목은 '의자의 구조'다. 그렇다면 결국 의자를 의자답게 하는 것은 의자의 네 개 다리가 아니라 의자에 앉아 있는, 의자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나를 지탱하는 발가락이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일면 삶은 구조와 운명의 결합이다. 무시할 수 없는 사실. 그러나 우리를 우리로 지탱하는 것은 작은 우리의 움직임이다. 마키아벨리는 운명과 함께 싸우는 그 작은 움직임들의 의지를 비르투스라고 불렀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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