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원칙 승진·전보, '공룡조직' 경북 소방 '불통'

3천명 대구경북 최대 조직…인사 기준 자주 변경 '불협화음'

#억대의 재산 피해를 낸 올 초 영주 상가 화재. 소화전이 얼어 진화가 늦어졌다는 영주소방서 해명과 관련, 매일신문으로 제보해온 한 현직 소방관은 "근본 원인은 소화전 관리부실이다. 소화전이 언다면 강원'경기도 등 경북보다 더 추운 곳은 어떻게 소화전을 사용하느냐"고 되물었다. 규정상 겨울철엔 보름마다 소화전 점검을 해야 하지만 평소 소화전을 쳐다보지도 않았으니 결국 제 구실을 못했다는 것이다. 경북도 감사관실도 특별감사를 통해 영주소방서의 관리 부실을 최종 확인했다.

#이달 초 포항의 한 빌라에 살던 S(61) 씨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S씨 아들은 119를 눌렀다. 신고 시간은 새벽 3시 11분. 2분 뒤인 3시 13분, S씨 집과 불과 1.6㎞ 떨어진 거리에서 구급차가 출발했지만 구급차는 S씨 집 주변을 헤매다녔다. 엉뚱한 곳을 출동지점으로 잡은 것이다. 헤매던 구급차는 3시 31분이 되어서야 S씨 집에 도착했다. 10분 뒤인 3시41분, 병원에 도착했지만 S씨는 숨졌다.

'불 못 끈 소방차' '길 못 찾은 구급차' 등의 사건이 불거지면서 경북 소방의 질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매일신문으로 제보해 온 경북의 한 현직 소방관은 "소방의 질 저하를 불러온 근본 원인은 현장 소방'구조'구급대원 등 내부인력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소방본부의 불투명한 인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땅이 가장 넓은 지역 특성상 연고지 외 근무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수시로 뒤바뀌는 인사 기준으로 인해 배치 불만이 급증, 조직 내부 혼란이 커지고 있으며 결국 '재난대응 미흡'이라는 화살이 지역민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3천 명 가까운 식구들을 거느리면서 단일조직으로는 대구경북지역 최대 규모인 경북소방본부는 이달 인사를 하면서 직원들에게 가장 민감한 전출기준을 종전과 다르게 변경,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종전 인사기준에서는 소방경은 한곳에서 3년 이상, 소방위 이하는 5년 이상 근무하면 다른 소방서로 전출 가도록 돼 있었지만 이달 인사에서는 소방경은 4년 이상, 소방위 이하는 6년 이상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동해안권 소방서의 한 소방관은 "연고지에서 멀리 떨어져 근무하는 사례가 많은 소방 공무원들은 배치 인사가 생활비 부담을 크게 등락시킬 만큼 민감한데 거의 매년 인사기준이 바뀌어 도무지 생활 계획을 잡을 수 없다"며 "배치 기준이 계속 오락가락하니 지역 실정도 모르는 소방'구조'구급대원이 속출하고, 일할 의욕도 갈수록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경북소방본부는 또 이번 인사에서 승진시험 또는 승진심사를 통해 승진이 확정된 직원들 가운데 15명을 승진 인사 발령에서 누락시키면서 승진한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소방본부가 승진 정원 수요 예측을 잘못해 승진이 확정되고도 승진 발령을 받지 못한 직원들이 인사상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경북도소방본부 이진우 소방행정과장은 "본인 의사를 고려한 인사를 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 판단하다 보니 올해 인사 기준에 다소 변경이 있었다"며 "승진자들의 피해도 최소화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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