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어린이집 학대사건으로 정부가 CCTV 의무화를 추진하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긴급 점검에 나서는 등 '착한 어린이집' 만들기에 부산하다. 그럼에도 부모는 불안하기만 하다.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의 요건은 뭘까. 오래전부터 부모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 대구의 어린이집 두 곳을 가봤다. 거기엔 CCTV를 대신한 부모참여 교육, 보육교사의 만족도를 높여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 등의 비결이 있었다.
◆부모 눈으로 어린이집을 본다
영재어린이집(대구 수성구 범어동)에는 5년 전부터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여태껏 단 한 차례도 녹화 장면을 보자는 학부모의 요구가 없었다. 부모의 눈으로 아이들의 어린이집 생활을 볼 수 있으니 굳이 기기에 의존할 이유가 없어서다.
이 어린이집은 각종 프로그램에 부모를 참여시킨다. 부모들은 적어도 1년에 2, 3차례는 아이들의 수업에 참여하고, 때로는 자원봉사자로 나서 식사와 간식을 돕는다. 부모의 재능기부를 유도해 가능하면 많은 시간,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입원 후 첫 2주 동안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에 내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아이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 차원이나, 진짜 이유는 부모가 어린이집의 모든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정옥 영재어린이집 원장은 "CCTV가 단면적인 모습은 보여줄 수 있으나 진짜는 보여주지 못한다. 신뢰는 기기를 통하는 게 아니라 보고 느끼고 대화를 나누며 쌓이는 것이다. 어린이집에서의 모든 생활을 부모에게 개방하다 보니 감출 것도 숨길 것도 없다. 더불어 부모 참여를 유도, 끈끈한 신뢰를 쌓고 있다"고 했다.
◆보육교사에겐 자부심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에 따르면 보육교사는 1년 내 일을 그만두는 비율이 40%에 이를 만큼 이직률이 높은 직업이다. 지자체는 보육교사가 한 곳에 3년 이상 근속할 경우 수당까지 지급하지만 이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어린이집을 옮기는 보육교사가 많다.
동문어린이집(수성구 범어동)은 이런 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 8명의 평균 근속 기간은 4년이 넘는다. 6년째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보육교사도 있다. 한곳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 아이들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동료들 간 협조도 잘 이뤄지고 있다.
보육교사들이 이 어린이집에 오랜 기간 근무하는 이유는 근로조건 때문이다. 특히 퇴근 시간은 오후 5시 30분을 넘지 않는다.
이성희 동문어린이집 원장은 "보육교사의 근로시간을 최대한 줄여줌으로써 근무시간 내 업무의 효율성과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다른 어린이집과의 차별성은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를 책임지는 교사가 따로 있어 가능하다. 이 원장은 "정부가 지정한 '시간연장형' 어린이집이라 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보육교사들은 이른 퇴근 시간 덕분에 우리 어린이집에 오래 근무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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