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북 소방 총체적 부실, 정신 재무장이 먼저다

물과 길을 최대한 활용하는 자질과 능력을 갖추는 것은 소방 공무원의 기본적인 소양이다. 물길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제때에 불을 끌 수가 있고, 길을 잘 알아야 적시에 도착해 인명을 구할 수가 있다. 안타깝게도 경북 소방은 그 반대에 가깝다. 최근 영주 상가 화재에서 수리(水理)에 무능함을 노출했고, 포항 응급환자 호출에는 구급차의 지각으로 지리(地理)에 부실함을 드러냈다.

물 못 대는 소방차와 길 못 찾는 구급차를 가진 소방조직은 존재 가치가 없다. 경북 소방의 부끄러운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북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때마다 '길 좀 익혀라'는 질타가 나왔다. 실제 소방차의 골든타임 도착률도 전국에서 꼴찌권이다. 소화전이 제구실을 못한 영주 화재사건도 마찬가지이다.

경북 소방이 이렇게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는 근본적인 이유가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인사 때문이라는 분석에 일단 주목한다. 3천여 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경북소방본부가 잘못된 인사관리 때문에 현장에서 뛰는 소방'구조'구급대원들의 불만을 누적시키고, 이것이 주민들에 대한 소방 서비스 질 저하로 나타났다면 이는 예삿일이 아니다. 경북소방본부는 2008년에도 본부장과 인사 담당자가 인사비리로 구속된 불명예스러운 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소방'구조'구급대원들의 잇따른 제보에 따르면 들쭉날쭉한 승진인사 기준도 그렇지만, 조변석개로 바뀌는 전출인사 기준이 더 문제라고 한다. 지역이 넓은 경북 소방의 특성상 연고지 외 근무가 많으니 전보인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납득할 수 없는 인사로 배치불만을 야기시키고 내부 혼란을 가중시켜왔다는 얘기이다.

어느 조직이건 잘못된 인사는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트리며 조직의 효율적인 작동을 저해하기 마련이다. 인사불신이 소방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야 당연히 막아야 할 일이다.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다. 경북 소방조직이 지닌 직업의식과 대민봉사정신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이다. 일관성 있는 승진'전보 인사와 일선 현장 근무자에 대한 우대 요구 등은 그다음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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