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결국 '사람'이다.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은 대졸 사원의 업무 능력이 기업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 및 재교육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 기간은 평균 19.5개월에 달하며, 재교육 비용은 1인당 6천88만원이나 든다.
실제 업무 현장과 동떨어진 이론식, 주입식 대학 교육이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창조경제 시대, 창의인재 양성의 첫 발걸음은 기업맞춤형 교육을 통해 현장 실무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일과 공부를 동시에
경산에 본사를 둔 아진산업㈜과 계명문화대는 '계약학과'에서 현장 실무형 인재 양성의 해답을 찾았다. 지난 2012년 계명문화대는 아진산업의 고졸 취업자를 대상으로 정원 30명의 '아진금형디자인 전공'을 개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학생들은 일과 공부를 동시에 하며, 2년 만에 전문학사를 취득한다.
지난 2012년 아진산업에 입사한 손상원(23) 씨는 계명문화대 아진금형디자인 전공의 1기 졸업생이다. 특성화 고등학교(경주공업고등학교) 재학 시절 상위권을 놓쳐본 적이 없는 손 씨는 아진산업의 인재 육성 방식에 매료돼 입사를 결심했다.
손 씨는 "20명의 동기가 입사와 함께 아진금형디자인 전공에 입학해 지난해 2월 졸업했다"며 "업무가 끝나면 회사가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 수업을 들었다. 일반 대학생이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고생할 때 오히려 돈 벌면서 공부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학 교육 내용 또한 혁신적이다. 1년 동안 방학 없이 3학기를 마치고, 나머지 1년은 해외 현장실습을 한다. 손 씨는 3학기 동안 생산, 자재, 원가, 품질관리에 걸쳐 현장 실무 교육을 받고, 미국 앨라배마의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냈다. 손 씨는 대학 시절 가장 소중한 경험으로 마지막 학기, 미국 생활을 꼽았다. 난생처음 다른 국적, 다른 인종의 외국인들과 만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쌓을 수 있었다.
손 씨는 "이제 곧 입학하는 후배들은 기술 위주로 많이 배워야 하겠지만, 영어 공부에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미국 생활에 대비해 어학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에서 배운 실무 교육은 실제 업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손 씨는 "지금은 품질관리 시스템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생산, 원가 관리 분야는 지금 당장은 크게 쓰이지 않지만 나중에 관리직으로 가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학교와 회사에서 배운 실무 능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기술력 향상을 이끌어가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업이 주문하는 교육
다음 달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 졸업을 앞둔 손슬기(22) 씨는 지난해 말 ㈜라온플러스에 입사했다. 대구에 본사를 둔 라온플러스는 '테일즈런너' 게임으로 유명한 ㈜라온엔터테인먼트의 모바일 사업을 전담한다.
손 씨는 이른바 '주문식 교육'을 통해 전공 분야 취업에 성공했다. 영진전문대는 지난 2004년 이후 무려 545개 업체와 주문식 교육 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산업체로부터 교육 내용을 미리 '주문' 받아 그대로 가르치고, 현장 실습을 병행하고 있다. 대학이 산업체와 맺은 주문협약에 따라 별도의 전공 반을 편성해 교육하면 기업은 교육 기자재나 겸임교수 또는 임직원 특강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손 씨는 2학년 진학과 함께 '모바일게임콘텐츠'(MGC) 전공을 선택해 게임 프로그래머의 꿈을 키웠고, 3학년 여름방학 때 영진전문대와 주문식 교육 협약을 맺은 라온플러스에서 현장 실습을 시작했다.
손 씨는 "현장실습 4주째부터 일본 출시 게임 제작 개발에 본격적으로 참여했고, 실습이 마무리될 때 즈음 신입사원 입사를 제안받았다"며 "주문식 교육이 아니었다면 기업이 원하는 현장 인재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영진전문대의 주문식 교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학 방문과 함께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참석에 앞서 영진전문대의 주문식 교육현장을 둘러봤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학생들의 전공동아리 활동과 신재생에너지전기계열의 기업맞춤 교육반 수업을 참관하고 나서 "여기 와보니 산업현장 교육이 잘되고 있어 매우 좋다"며 "좋은 기업맞춤 교육시스템을 다른 대학에도 널리 알려달라"고 말했다.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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