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대구에 학업중단 청소년을 위한 Wee 카페 '친구랑'이 문을 열었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친구랑'에 들르면 따뜻한 북카페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차와 간식도 먹을 수 있고, 무료 PC와 초고속 와이파이에 휴대폰 급속 충전까지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세탁이나 샤워, 응급치료도 받을 수 있는 이곳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어린 친구들이 놀 곳, 다닐 곳 많은 중구 동성로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 역시 좋아 보였다.
학업 중단 청소년과 가출 청소년. '위기 청소년'으로 이름 붙여진 학교 밖의 아이들에게 '학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교육부의 통계를 보면 전체 학생의 1%를 웃도는 숫자의 학생들이 매년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초'중학교 30%, 고등학교 12% 내외의 해외 유학자는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이 아이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알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구시교육청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한 '마음이 자라는 학교',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이 중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방송통신중학교 청소년반'을 운영하며 위기 학생을 지원하고 있다. '친구랑' 역시 이러한 고민의 결과다. 혹자는 문제 학생 일인 당 비용을 따져보기만 해도 너무 비효율적인 정책이 아니냐고 되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적 성장'을 방치했을 때, 추후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어떠할까? 모르긴 몰라도 지금의 부담은 아무것도 아닐 터다.
한편, 아이들을 학교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만이 '친구랑'의 목적이 아닐 것이다. 책상 앞에 다시 앉아서 연필을 쥐게 하는 것만이 이 아이들에게 해답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학교로 돌아가게 하는 것과 사회에서 당당하게 적응하게 하는 것. 학생 저마다의 사연을 이해하는 가운데 그들로 하여금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한 곳을 제대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 '친구랑'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기 청소년들이 '친구랑'에 놀기 삼아 편안히 들락거리게 한 이후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정말 제대로 된 학업복귀, 혹은 진로 지원의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그곳은 소위 '노는 애들의 아지트'가 될 뿐이다. 한없는 베풂, 따뜻한 격려와 보살핌으로 이 아이들이 이내 바른길로 들어서리라는 생각은 위기 청소년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그야말로 '꿈같은 소리'다. 그들에게는 앞으로의 삶을 위한 설계가 필요하며, 사실상 학업은 그 삶을 위한 하나의 방향일 뿐이다. '친구랑'이 위기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사회 일원으로 자리 잡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해 주길 바라본다. 꿈꾸는 소리 하지 말고.
화원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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