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개월 동안 못잡은 차량털이범, 블랙박스 인터넷 올려 검거

경찰이 차량털이 절도범을 7개월 넘게 잡지 못하다가 피해자가 인터넷에 올린 영상을 보고서야 뒤늦게 검거하자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담당 형사는 3개월 동안 헛물만 켜다 이 사건을 미제 종결처리했는데, 4개월여 뒤 같은 경찰서의 다른 팀 형사가 인터넷에 올라온 범행 동영상을 보고 12일 만에 범인을 붙잡은 것.

A(30) 씨는 지난해 6월 28일 오전 7시 20분쯤 대구 북구 동변동 한 주택 앞에 차를 세워둔 채 볼일을 봤다. 다시 차에 와보니 조수석에 뒀던 100만원 상당의 지갑이 없어졌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강북경찰서의 담당 형사 B씨는 범행 현장 주변에 있던 차량 3대에서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수사를 벌였지만 신원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 B형사는 그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지문 등 범인을 특정할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자 피해자와 상의해 사건을 미제 종결처리했다.

A씨는 답답한 마음에 지난해 9월 19일 B형사에게서 블랙박스 영상을 넘겨받아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렸다. 혹시나 누리꾼 중 범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한참이 지난 이달 19일 A씨는 경찰서로부터 범인을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가 올린 동영상을 같은 경찰서 다른 형사가 보고 범인을 잡은 것. 그 형사는 영상 속 용의자의 얼굴과 걸음걸이가 예전에 자신이 다른 절도사건을 수사하면서 참고인으로 불렀던 사람과 비슷해 조사하니 동일인물임을 알았다. 그 형사는 추적 12일 만인 이달 19일 서구 평리동 한 여관 앞에서 지갑을 훔친 C(28) 씨를 붙잡았다. C씨는 26일 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A씨는 "경찰서 내에서 정보공유만 했어도 금방 잡을 수 있었던 범인을 미제 처리까지 하고서 한참 뒤 다른 형사가 잡는 걸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강북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강력'연쇄 사건이 아닌 단일 사건은 이를 접수한 담당 경찰관이 맡아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앞으로는 단일 사건이라 해도 1~2개월이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하면 경찰서 내부에서 사건 정보를 공개하는 등 효율적으로 수사하겠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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