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에서 타인 명의의 청약통장을 무더기로 구입해 대구에서 원정 청약하는 청약 대포통장이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을 어지럽히고 실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청약통장 모집 수법이 워낙 은밀하고 점조직으로 이뤄지는 탓에 단속도 어렵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 침체를 우려해 행정 당국도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이른바 '점프 통장'으로도 불리는 청약 대포통장은 아파트 당첨을 목적으로 다른 지역의 거주자가 소유한 청약통장을 대거 사모아 해당 지역으로 위장 전입한 청약통장을 말한다.
기획부동산의 '큰손'들과 전주들은 가점이 높은 청약통장을 대거 구입해 분양권을 획득한 뒤 프리미엄을 받고 판다.
대한주택보증이 조사한 지난해 3분기 민간 아파트의 초기 계약률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대구는 전국 평균(78.3%)보다 낮은 65% 선에 그쳤다. 외지 자본이 분양권만 팔고 빠지는 바람에 청약경쟁률과 상반된 계약실적을 보인 것. 이 기간 대구 청약 통장 개수는 15만 개나 늘었다.
현행 주택법에는 청약통장을 양수'양도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전단이나 인터넷'문자메시지를 통한 광고행위에 대해서도 같은 양형을 내린다.
그러나 점프 통장 모집책들은 점조직 형태로 운영돼 적발이 쉽지 않다.
지역 분양대행사 한 관계자는 "점프 통장은 사적으로 은밀히 계약하기 때문에 청약통장을 양수'양도했던 당사자 간 문제가 생겨 고소'고발이 일어나야 표면에 드러난다. 견본주택 현장에서 불법거래를 단속했지만 거래현장을 덮쳐 적발해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정기간 거주기간을 채워야만 청약자격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1년 이상 살아야만 서울이나 경기'인천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를 청약할 수 있다. 반면 대구를 비롯한 광역시와 대부분 지자체는 '분양시장이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거주요건을 적용하지 않는다. 대구는 입주자모집공고가 나온 당일까지만 거주지를 옮기면 청약할 수 있다.
김종도 대구시 대구도시재창조국장은 "매일신문의 대포통장 문제점 보도 후 학계 등 각계 전문가들과 긴급회의를 두 차례 열고 분양 예정 단지를 중심으로 불법 청약 단속과 함께 현장 계도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거주제한 문제 등은 장기간 침체를 겪은 후 이제 막 살아난 지역 건설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당분간 시장을 지켜 보고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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