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멀미 때문에 배를 탈 수도 없고 해서…"
평생 바다에 기대 살아온 잠수사 성평전(74) 씨는 삶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현재를 이 짧은 한마디에 담아 설명했다. 성 씨는 먹고살기 어렵던 시절, 배를 타보려 했으나 뱃멀미 때문에 여의치 않아 물속을 선택했다. 어린 시절 자맥질로 물속을 휘젓고 다니던 실력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은 셈이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 앞바다는 성 씨의 모든 것이다. 여기서 나고 자라고, 지금도 이곳 물속에서 일을 하며 산다. 그는 "열심히 일하다 떠나면 그만"이라고 했다. 처자식이 없는 그는 바다 외에는 세상에 별다른 흥미가 없어 보였다. 바다 속에서의 활약상을 말할 때만 환하게 웃었다. 그는 고기잡이 배의 프로펠러를 갈아 끼우거나 물속에 빠진 피서객들의 귀중품을 찾아주는 일을 한다. 가끔은 인공 어초 제작 작업에 참여하기도 하고, 사고가 있을 때는 물속 사체 인양에도 나선다. 프로펠러 수리 혹은 교체는 국내에서 오직 성 씨만 할 수 있다. 보통은 배를 뭍으로 끌어올려 작업을 하는데, 그는 바닷속에서 뚝딱 해낸다. 한 번에 6시간 넘게 소요되는 힘든 일인데도 그는 되레 즐거워한다. "전국에서 나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거 멋지지 않습니까. 그 맛에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지요."
그의 실력은 해군에서도 인정할 만큼 대단하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물속에서 살아서일까. 밤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잠수병이 그를 괴롭힌다. 여분의 돈이 있어 병원이라도 가는 날이면 밤이 조금은 덜 고단하다. 하지만 치료받을 곳이 경남 통영에 있는데다, 기초수급자로 생활하는 형편에 큰 병원은 '언감생심'이다.
"밤이면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이 온몸을 파고 들어요. 근데 또 아침이면 물속에 들어가고 싶어요. 물속만큼 편한 곳이 없거든요. 이게 운명인가 싶어요."
그는 물속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돈은 벌지 못했다. 씀씀이가 큰 것이 아니라, 마음이 좋아서다. 귀중품 찾아주고, 시체 인양하고, 배 고쳐주고, 이런 일을 해도 그는 큰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도움받은 이가 주는 대로 받는다. '고맙다'고 하면 그걸로 그만이다. 욕심부리지 않는 것이 바다에서 사고당하지 않는 비결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세상이 이용해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바보스럽게 우직했다.
"몇 해 전 가을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해준 일이 있었는데, 그때 '물질 배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맙다'며 아이 엄마가 내의 선물을 줬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는 '산해경'에 등장하는 인어 아저씨 '저인'의 모습과 빼닮았다. 물속에서 비단을 짜서 생계를 꾸리는 저인처럼, 성 씨도 바다 곳곳을 헤치며 자신의 삶을 찾고 있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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