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족 관련 예산 GDP의 5%…유연한 근무제도 병행"

테베논 국립인구문제硏 연구원

지난주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에서 국립인구문제연구소(INED)의 올리비에 테베논 연구원이 프랑스 가족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주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에서 국립인구문제연구소(INED)의 올리비에 테베논 연구원이 프랑스 가족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는 육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노르웨이(1.86명)와 핀란드(1.73명)보다 합계출산율이 높은 국가다. 프랑스가 지금까지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는 비결은 1930년대부터 이어져 온 탄탄한 가족 정책에 있다.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국립인구문제연구소(INED)의 가족 정책 연구 담당인 올리비에 테베논 연구원을 만나 프랑스 가족 정책의 흐름과 방향에 대해 물었다.

테베논 연구원은 "1930년대부터 가족 중심적으로 만들어진 프랑스 가족 정책은 역사가 깊고 안정적이다"며 운을 뗐다. 국내총생산(GDP)의 5%를 가족 관련 예산에 쏟아붓는 프랑스는 다양한 가족 수당과 유연한 근무 제도를 마련했고, 변화하는 가족 형태에 따라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 테베논 연구원은 "1930년대 가족 정책은 3명 이상 다자녀 가정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에는 저소득층 가정과 한부모 가정에 주거시설을 지원하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돕는 쪽으로 정책 흐름이 바뀌었다"며 "당시 일터에 있는 30대 미만의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았는데 정부가 지원하자 30~35세가 돼서 아이를 낳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도 1993년 출산율이 1.65명으로 최저점을 찍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10년 만인 2003년엔 1.8명 수준으로 올랐다. 이에 대해 테베논 연구원은 "가족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인식 변화로 결혼 시기가 늦어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90년도 중반에 아이들이 태어나려면 보통 70년대생인 사람들이 결혼해 20대 초반에 출산해야 하는데, 이들이 이전 세대보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한동안 출산율이 낮아졌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출산율은 다양한 계층이 골고루 끌어올린다는 것이 특징. 영국에서 석사 학위를 공부한 테베논 연구원은 "영국도 출산율이 1.90명으로 유럽에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과 이민자들이 아이를 더 많이 낳고, 고학력의 일하는 여성들은 아이를 덜 낳는 경향이 있어 출산율을 이끄는 계층이 한쪽에 편중돼 있다"며 "이에 비해 프랑스는 고학력의 전문직 종사자, 이민자 등 전 계층이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차이"라고 했다.

올해 프랑스는 자녀 두 명 이상을 키우는 가정에 자녀가 20세가 될 때까지 지급하는 '아동 수당'(Child Benefit)을 대폭 손질했다. 지금까지 가구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두 자녀인 경우 약 130유로, 세 자녀는 약 300유로씩 매달 똑같이 주던 것을 가구 합산 소득이 한 달 6천유로가 넘으면 절반을, 8천유로가 넘으면 4분의 1을 지급하는 식으로 바꿨다. 테베논 연구원은 "소득 수준에 비례해 수당을 주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기자는 테베논 연구원과 INED 연구소에서 만날 예정이었으나 두 살배기 자녀가 아파 그가 휴가를 내는 바람에 인터뷰는 집 근처 카페에서 진행됐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아프면 아빠도 직장에 휴가를 내는 것이 보편적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도 젊은 부모들이 돈, 시간, 육아 서비스 중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살핀 뒤 유연 근무제나 양육 수당 등 필요한 것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글 사진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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