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은 한국 동계 스포츠의 자존심으로 꼽힌다. 3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올림픽에서도 가장 유력한 금메달 종목이다. 평창에서 20개의 메달로 종합 4위 입상을 목표로 내건 대한체육회는 남녀 쇼트트랙에서 금 5개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의 발전에는 대구의 공이 컸다. 2014 소치 대회에서 맥이 끊어지기는 했으나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10년 밴쿠버 대회까지는 지역 출신 선수들이 매번 올림픽 시상대에 올랐다. 김소희'안상미'최은경'진선유'전다혜'서호진'김성일 등이 그들이다. 대구 쇼트트랙의 저변이 그만큼 넓다는 방증이다.
1991년 6월 태동한 대구빙상클럽은 지역 쇼트트랙의 성장과 맥을 같이해온 아마추어 동호회다. 처음에는 수성구 파동에 있던 아이스링크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을 즐겼지만, 1995년 북구 고성동에 대구빙상장이 개관하고 쇼트트랙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종목을 변경했다. 박승욱(59) 대구빙상클럽 회장은 "쇼트트랙 동호회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거쳐 간 회원 수만 해도 200명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대구빙상클럽은 실력에서도 전국 정상급이다. 현재 등록 회원 38명 가운데 경력 5년 이상의 중급자가 25명가량 되는데다 박 회장을 비롯해 지도자 자격증을 갖춘 회원 6명이 동료들의 기량 향상에 힘써온 덕분이다. 이에 따라 교류전을 희망하는 다른 지역 동호회의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대구빙상클럽의 탁월한 실력에는 지역 출신 스타 선수들의 비법 전수도 한몫했다. 박 회장은 "2006년 토리노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진선유'전다혜와 남자 국가대표 출신인 민용'이승재'권기덕 선수가 수시로 회원들과 어울리면서 가르쳤다"며 "현재 회원 중에서도 박광우(경신고 3) 군이 다음달 동계체전에 대구 대표선수로 출전한다"고 귀띔했다.
매주 두 차례 대구빙상장에 모여 1시간30분 정도 함께 훈련하는 회원들은 쇼트트랙의 장점으로 체력 증진, 균형감각 강화 등을 꼽았다. 경력 21년의 하상수(60) 씨는 "동창 모임에 나가면 제일 젊어 보인다는 덕담을 자주 듣는다"며 "젊은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는 덕분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하씨는 "아이들을 위해 시작했는데 이제는 평생 취미가 됐다"며 "위험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안전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미장원을 운영한다는 박해영(47)씨는 면역력이 높아져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그는 "다른 운동도 즐기고 있지만 쇼트트랙은 피서를 겸할 수 있어서 더 좋다"며 "중년 여성들의 다이어트에도 제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다양한 연령대, 직업군의 회원들과 어울리다 보니 사회생활에 필요한 긍정적 사고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때로는 쇼트트랙이 사랑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함께 운동을 하다 보니 가족 간의 정이 두터워지고, 청춘남녀가 백년가약의 인연을 맺는 매개체가 된다. 온 가족이 스케이트 마니아라는 김민정(39) 씨는 "연애 시절 남편이 스케이트를 멋지게 타는 모습에 반해 배우게 됐다"며 "부부싸움을 했다가도 스케이트화만 신으면 모두 풀린다"고 했다. 또 직장인 손성욱(29) 씨는 "대구빙상클럽에서 쇼트트랙을 배우다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며 "부부가 건강도 챙기고 데이트 비용도 아낄 수 있어 주위 친구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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