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보면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몸에 기운이 없어 일을 못 한다" "낮에 자꾸 졸린다" "일에 집중하기 힘들다" 등 다양하게 증상을 표현한다.
피로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 중 여섯 번째로 많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피로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간 질환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간 질환은 피로의 중요한 원인이지만, 만성피로가 모두 간 때문만은 아니다.
만성피로를 느끼는 원인은 신체 질환과 정신 질환,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등으로 나뉜다. 신체 질환으로는 빈혈, 결핵, 간 질환, 당뇨병, 갑상선 질환, 신장 질환, 심장·호흡기 질환, 암 등이 있다. 신체 질환으로 의한 피로는 근본 원인이 치료되지 않으면 점점 더 심해진다. 이러한 질환들은 피로 외에 다른 증상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빈혈의 경우 숨이 차거나 어지럼증이 있고, 당뇨병은 물을 많이 먹고 소변도 자주 보며 체중이 감소한다. 심장이나 호흡기 질환의 경우 운동 시 호흡이 곤란하고 흉부 압박감이나 흉통,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비만에 코골이가 심한 사람들은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피로를 느낀다.
정신 질환이 있어도 심한 피로를 느낄 수 있다. 우울증 환자는 기분이 우울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으며 정신 활동이 느려져 피로를 심하게 느끼게 된다. 불면증이나 두통, 식욕 부진, 소화 불량 등의 신체 증상도 나타난다. 불안증 환자는 일상생활에 대해 지나친 불안과 불필요한 걱정에 빠져 있으며 특별한 상황이 없어도 항상 마음이 불안하다. 정신 질환에 의한 피로는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으면서 매우 오랫동안 지속되고, 감정이나 심리 상태에 따라 피로의 정도에도 기복이 나타난다.
또 다른 만성피로의 원인은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다.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난관에 봉착했을 때, 생활이 불규칙하며 휴식을 취할 여유가 없을 때 만성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여기에 과음이나 운동 부족이 겹치고, 심리적으로도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완벽주의자라면 피로감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육아나 가사 노동이 힘든 주부들도 만성적으로 피로를 느낄 수 있다.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한 만성피로는 생활 패턴을 바꾸면 현저히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사람 중에는 '만성피로 증후군'이라는 병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만성피로를 느끼는 이들 중에는 스스로 이 질환으로 자가 진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질환은 드문 편이고, 다른 질환이 배제된 후 진단되기 때문에 성급한 판단은 피해야 한다.
만성적으로 피로를 느낄 때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피로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 중에는 검사상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닥터 쇼핑'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정신 질환이나 스트레스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윤창호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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