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너무 지쳤다'는 이웃 목소리 듣는 사회 돼야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언니를 혼자 돌보며 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여성의 사연은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정부가 서울 송파 세모녀 자살과 같은 불행한 사건을 막기 위한 복지 사각지대 집중조사 기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고단한 삶과 신병을 비관한 막다른 선택이 또 일어날 수도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스물여덟 한창나이의 이 여성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생활고였다. 정신지체 2급 장애가 있는 언니를 보살피며 아르바이트 등으로 근근이 생활을 꾸려갔지만,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장애인보호시설에서 나와 동생과 함께 살고 싶어하는 언니를 자신이 세들어 살던 빌라로 데려왔지만, 생활비가 바닥나고 월세도 밀렸다. 경제적 궁핍에 지쳐가던 여성은 끝내 언니를 부탁하는 유서를 남긴 채 번개탄을 피운 승용차 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복지 사각지대의 전형이다. 정부의 복지 전달체계에서 제외된 사람들이 계속되는 생활고나 감내하기 어려운 돌발상황에서 일어나는 비극이기도 하다. 복지기금이 곳곳에서 줄줄 새고 비리가 잇따르는데도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지 못해 죽음으로 내몰았다면 그건 사회적 타살과 같다. 우리 복지의 지향성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고 개선을 고민해야 할 일이다.

이 여성이 남긴 "너무 지쳤어요. (돌아가신)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머니 곁으로 가고 싶어요…"라는 유언은 벼랑 끝에 선 그녀의 삶의 무게와 고통을 시사하고도 남는다.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강화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도,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외치던 정치권의 목소리도 소용이 없었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취약계층에 긴급복지 지원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 점검과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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