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0시. 당직 근무를 마친 기자가 불 꺼진 국회 본청을 나섰다. 대각선 맞은편, 그 시각까지 불 밝힌 의원회관 집무실은 손꼽을 정도였다. 9층, 그 중 가장 환한 불빛은 유승민 의원실이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올라가 노크를 하니 유 의원이 보였다. 셔츠를 걷어붙이고 출마선언문을 작성하던 추레한 유 의원이 "아직 출마선언문을 고치고 있다. 딱 5분만 이야기하자"고 넥타이를 풀었다.
"정책위의장은 시간을 두고 설득하려고 했는데 걱정이다"던 유 의원은 계속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수도권 출신으로 정책위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병국 원유철 홍문종 국회의원은 그 시각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경선 관련 비공개 회동 중이었던 것이다.
지역 정치권 분위기를 물었다. 유 의원은 "일부 의원이 박심을 말하며 경선에 개입하지만 않으면 좋겠다"며 대구경북 의원 중 이탈표가 있을지 걱정했다.
27일 출마 기자회견 이후 많은 문답이 오갔다. 정치적 함의를 걷어 낸 연성적인 질문에도 유 의원은 진지하게 답했다. 한 기자가 '야당에서 더 원하는 원내대표라는 말이 있다'고 하자 유 의원은 "야당보고 제발 그 소리 하지 말라고 해줘요. 정세균 전 대표도 대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모셔오고 싶은 분'이라고 했다는데"라고 했다.
막판 선거운동 전략을 묻자 "의원님들 만나는 방법밖에 없다. 왜 원내대표 하려는지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그동안 혹 제가 잘못한 것은 없느냐고 묻겠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공식석상에서 주로 파란색 넥타이를 맨다. 옛 한나라당 색이다. 이날은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당성(黨性)이 좀 있어 보이려고" 애썼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경선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 비밀투표여서 괜찮을 것도 같다"며 "아주 친해도 다른 사람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경선 전에) 솔직하게 얘기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경선일인 2월 2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이다. 유 의원은 "그날 내가 이겨서 선물을 드려야 한다"고 웃었다.
이지현 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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