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실에서-은퇴] 공기업 퇴직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고민=작은 공기업에 다니고 있는 저는 내년에 정년퇴직합니다. 요즘 노후 준비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퇴직 후 전원생활은 힘들 것 같고, 당분간 일을 더 하고 싶지만, 재취업이 힘들다고 해서 걱정입니다. 여행도 규칙적으로 가고 싶고, 노후자금도 더 마련했으면 하는데 좋은 방법을 알려주시면 불안한 노후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해법=아직 정년을 1년 정도 남겨 놓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한 해에 20여만 명씩 쏟아져 나오는 정년퇴직자들이 다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부족한 노후자금, 마땅치 않은 재취업 자리, 길어진 은퇴생활 등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는 실정이지요. 운 좋게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사실상 수년 내에 또 퇴직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재취업이 근본적인 해답이 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노후생활을 쉽게 전체적으로 설계해볼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자신의 노후준비 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후에 살 곳은 어디인지, 어떤 공동체 속에서 누구와 어울려 살 것인지, 그리고 취미 여가, 자기계발, 자원봉사와 같은 활동은 어떻게 할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노후자금이 충분한지부터 점검하는데요, 사실 요즘 은퇴하는 중'장년 중에서 거의 절반가량은 노후자금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결국 좀 더 저렴한 비용이 드는 노후생활을 현명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이렇게 복잡한 노후준비 상태를 간단하게 진단해보는 방법은 '노후준비지표'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지표는 2년 전에 보건복지부가 개발한 노후진단 도구입니다. 노년기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들을 고려해 대인관계, 건강, 재무, 여가 등 네 가지 주요 영역별로 자신의 노후준비 상태를 진단해보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에서 '노후준비지표'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무료로 해 볼 수 있답니다.

첫 번째 지표인 '대인관계'는 배우자와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 형제'자매와의 관계, 친구나 이웃과의 관계, 단체활동 등을 10개 질문으로 평가해봅니다. 두 번째 지표인 '건강'은 건강상태, 건강을 위한 실천활동 등을 12개 질문으로 평가하며, 세 번째 지표인 '재무'는 현재의 노후자금 준비 여건, 준비 정도, 자산현황 등 13개 질문으로 물어봅니다. 마지막 네 번째 지표인 '여가'는 노후에 어떤 여가활동을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6개 질문으로 점검합니다.

2012년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준비지수는 100점 만점에 58.8점으로 매우 낮게 나왔습니다. 이를 영역별로 보면 대인관계 영역 61.1점, 건강 영역 75.0점, 여가 영역 46.1점, 재무 영역 47.1점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 기준에 따르면, 노후준비도가 65.1점 이상이면 은퇴 준비를 아주 잘한 사람, 65~46.6점이면 보통 수준으로 준비한 사람, 46.5점 이하이면 준비도가 낮은 사람으로 평가합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준비 평균 수준은 '보통'에 머물고 있으며, 가장 준비가 취약한 분야는 재무가 아니라 여가 영역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랫동안 재산, 학력, 지위와 같은 물질적인 것에 치우친 삶을 살아오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영혼을 살찌우는 취미'여가가 변변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나타내주는 것이지요. 오히려 노후자금 준비와 같은 재무 영역보다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여가 영역에 대한 준비가 더 자신 없으니 우리의 노후준비가 낙제점을 면치 못하는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한국 직장인들이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취미가 뭐냐"는 것이라는 뼈있는 농담도 있지요. 자녀 교육과 가족을 부양하느라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바쁘게 살아온 것이 이 세대 아버지들의 현실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노후준비 상태를 점검해 본 다음 평가가 좋은 부분은 더 좋게 하는 방향으로 노후준비를 강화해 나가면 됩니다. 평가가 나쁜 부분은 좀 더 집중적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분야로 보고 지금부터 퇴직 시까지 차근차근 보완해나가면 좋을 듯합니다.

유엔이 2014년에 발표한 각 국가의 기대수명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남자 78세, 여자 85세로 조사되었습니다. 반가운 사실은 수명이 길어지면서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도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노년기에 오히려 인생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같이 자신의 영혼을 자극할 만한 사회봉사 활동을 찾거나 주위에 좋은 친구와 이웃을 많이 만들어 둔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행복한 노후생활이라고 볼 수 있답니다.

◆서울은퇴자협동조합 이사장인 우재룡 씨는 대한투자신탁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것으로 시작으로 여러 증권사에서 근무하며 자산관리 연구를 했습니다. 우 씨는 '100세 시대 은퇴대사전' 등 은퇴 준비와 재무 관련 저서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우재룡(사단법인 한국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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