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미료 이야기] 천연조미료가 뜬다

건강한 식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하거나 줄여야 한다. 소금과 설탕은 더 적게 쓰고 각종 인공적인 첨가물은 최대한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다. 조미료도 그중의 하나다. 소문난 맛집의 비밀이 알고 보니 조미료였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조미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은 천연조미료 시장을 키웠다.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았다는 천연조미료를 찾아 구입하는 것은 물론, 직접 재료를 갈아 우리집만의 천연 조미료를 만드는 이들도 늘고 있다.

◆MSG, 왠지 불안해요

주부 김숙영(37'달서구 월성동) 씨는 5년 전 첫째를 임신했을 때부터 직접 만든 천연조미료로 음식을 만든다. 자주 쓰는 천연조미료는 다시마와 멸치, 새우 가루로 신선한 재료를 사서 깨끗하게 손질하고 갈아서 한 통씩 만들어 놓고 사용한다. 김 씨는 "자극적인 음식을 최대한 피하려고 하다 보니 천연조미료로 바꾸게 됐다"며 "MSG가 설사 몸에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도 천연보다는 못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유기농퓨전한정식집 '이플'에서도 육수를 만들어 음식에 사용한다. 다시마와 대파, 양파, 북어대가리, 멸치, 대포리, 표고버섯, 무, 새우, 우엉, 망개나무 뿌리, 우엉 등 10여 가지를 넣어 육수를 끓인다. 음식에 화학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이플 안성남 대표는 "육수뿐만 아니라 양념 등 모든 식재료는 유기농을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집에 오는 손님들이 저희보다 식재료의 중요성을 더 많이 더 잘 안다"며 "단골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웰빙 바람, 천연조미료 판매도 늘어

안전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조미료 시장도 진화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조미료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가공조미료'는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천연조미료'는 꾸준히 성장해 5년 새 5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가공 조미료가 10.2% 감소한 반면 '천연조미료'는 40.7% 신장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아쇼핑 한 판매원은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증가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함에 따라 천연조미료의 형태가 바뀌었다"며 "기존 조미료는 분말 형태가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액상' 형태와 넣고 끓이기만 하면 국물을 우려낼 수 있는 '티백', '국물팩' 형태의 상품도 등장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조미료 만들기

천연조미료는 다시마, 멸치, 새우, 홍합 등 다양한 재료를 말려 가루를 내어 만든다. 찌개, 탕, 구이, 볶음에 첨가하면 감칠맛이 살아난다.

▷다시마 가루=다시마를 젖은 행주로 닦은 후 잘라 불에 타지 않게 살짝 굽는다. 식어서 바삭해지면 분쇄기로 곱게 간다. 해물탕, 쇠고깃국, 어묵국 등 찌개나 국에 넣으면 시원한 맛이 난다. 생선조림에 넣어도 맛있다. 흰 음식에 넣으면 음식 색깔이 검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멸치 가루는 멸치의 내장과 머리를 떼고, 달군 팬에 기름 없이 볶은 후 식으면 분쇄기로 곱게 간다. 된장국이나 찌개 등에 넣으면 좋다. 나물 무칠 때 넣으면 구수한 맛이 난다.

▷새우 가루=마른 새우의 수염과 다리를 손질한 뒤, 달군 팬에 바싹 볶아 식혀 분쇄기로 간다. 볶을 때 청주를 넣고 볶으면 잡냄새가 없어진다. 달착지근하면서 깊은맛을 내 토장국이나 나물, 구이, 볶음 등 다양하게 쓰인다.

▷홍합 가루=말린 홍합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햇볕에 잘 말린 뒤, 분쇄기로 곱게 간다. 나물이나 국물 요리에 넣으면 해물의 진한 맛과 향을 낼 수 있다. 해장국이나 불고기에 넣어도 맛있다.

▷표고버섯 가루=마른 표고버섯을 행주로 닦아 분쇄기로 간다. 독특한 감칠맛이 있고 향이 좋다. 된장찌개나 야채 조림과 잘 어울린다.

▷들깨 가루=들깨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팬에 볶아 분말기로 빻는다. 강한 들깨 향이 싫으면 콩과 들깨를 반반씩 섞어 갈아도 좋다. 나물을 무치거나 찌개, 국 등에 넣으면 구수한 맛을 낸다.

사진 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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