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을 취재하면서 꽤 많은 식당을 다녔다. 요즘 들어 맛집을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맛있는 집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전화로 카운터 종업원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대강 짐작이 간다. 준비하고 기다리기라도 한 듯, 약도를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거침없이 잘 설명해주는 식당은 맛집이거나 그런대로 잘되는 식당임이 틀림없다. 위치를 물어보는 전화를 많이 받고, 여러 번 설명해주다 보니 설명을 잘할 수밖에 없다.
다음은 간판이다. 오래돼 낡고 지저분한 간판이면 맛집일 가능성이 높다. 식당의 얼굴이랄 수 있는 간판에 옛 글씨체로 상호가 적혀 있으면 왠지 믿음이 간다. 한자리에서 대를 이어가며 장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냉면이나 국밥집처럼 단순한 음식이라도 대를 이은 집은 뭔가 다르지 않던가. 상호와 음식이 어울리지 않는 식당은 그저 그런 집이다. '남원집'이라고 하면서 추어탕은 안 팔고 콩나물밥을 내놓으면 맛이 있겠는가.
메뉴가 많은 집은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음식 가짓수가 많으면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온갖 메뉴가 다 있는 역 앞 식당을 떠올려보라. 그리고 최근 생긴 식당은 진짜 맛집인지는 좀 기다려봐야 한다. 두세 달 정도 지난 다음에도 맛이 유지되고 있는지 뜸을 들여볼 필요가 있다.
'원조' '할머니' '이모' 집도 의심해봐야 한다. 대부분 '원조' 아니면 '할머니 손맛'을 팔아 내걸었다. 그 많은 할머니, 이모들은 세월이 흘러도 돌아가시지도 않는다. 그리고 TV 프로그램에 나왔다며 방송사 로고를 덕지덕지 붙인 식당도 쉽게 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안 된다. '방송에 안 나온 집'이라며 되레 홍보하는 식당도 있다.
그럼 인터넷 블로그에 게재된 '맛집'은 진짜 맛있는 집일까. 인터넷 블로그에 등록된 음식점은 순수한 곳도 있지만 찾아가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상위 노출을 보장해준다는 조건으로 광고비를 내고 올렸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주들 사이에서는 "남들 다 하는 블로그 마케팅 안 했다가는 명함도 알려보지 못하고 망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 블로그에 '오빠' '애인' 등 너무 다정한 사람과 같이 갔다거나 식당 정보를 너무 자세하게 쓴 글도 의심해봐야 한다, 그리고 음식 맛보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음식 사진만 촬영해 올린 식당도 확인한 후 찾는 것이 좋다.
기자는 예전엔 타지역에 여행 갔을 때 택시기사에게 팁을 주며 숨은 맛집을 찾았다. 택시기사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지역의 토속적인 맛을 간직하고 있는 맛집을 잘 안다. 꼭 팁을 줘야 진짜 맛집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요즘은 자가용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마저 힘들어졌다. 요즘은 지역 경찰이나 공무원(문화관광 담당자)에게 물어본다. 택시기사만큼은 아니지만 블로그보단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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