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한성의 새론새평] 메모하고 웃고 박수치자

유능한 CEO는 메모하는 습관 지녀, 팍팍한 삶에서 웃음은 신이 준 선물

서울생. 서라벌예술대학 방송연예학과 졸업
서울생. 서라벌예술대학 방송연예학과 졸업

저격당했던 레이건도 부인에게 유머, 박수는 상대 존중한다는 보디랭귀지

인터넷 유머 중에서 본 난센스 퀴즈다.

박사와 학사는 밥을 많이 먹는다가 박학다식이라면 군대에서는 계급이 일단 학력보다 우선이다의 사자성어는? 군계일학이란다. 그래서 적자생존은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뜻이라나. 이 난센스 유머를 싱겁다고만 해선 안 될 것 같다.

일본의 한 스튜어디스가 쓴 퍼스트 클래스 승객들의 행동과 습관을 담은 책을 보면 첫째가 일등석 승객들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모하는 습관이 몸에 배서 언제나 적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퍼스트 클래스는 비행기 좌석의 3%뿐인데 어느 나라나 슈퍼 리치(Super Rich)는 3%이기 때문이란다.

난 요즘도 CEO 과정과 문화예술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체, 지자체에 가서 강의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아쉽게 느끼는 3가지가 있다. 메모를 하는 CEO가 많지 않았고 웃는 표정도 박수치는 모습도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두 번째, 세 번째는 강사에게 책임이 있다. 강의 내용에 따른 반응이나 강의가 지루하면 웃음과 박수가 만발할 리 없다.

앞서 일등석 고객들의 특징을 얘기했듯이 메모는 최강의 성공도구 중 하나이며 아이디어를 잡아주고 신뢰감도 준다고 하니 실천하면 좋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피렌체 메디치가에서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그릴 화가를 뽑는 시험이 있었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탈락했다. 메모광이었던 다 빈치는 밀라노로 가서 라틴어, 인문학, 고전에 빠져들었다. 건축, 해부, 천문, 지리학자로 영역을 넓히며 54세 때는 모나리자를 완성했다. 그림에만 몰두한 채 다른 공부를 소홀히 했다면 어땠을까.

신의 선물이라고 하는 웃음도 그렇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지을 수 있는 것인데 삶의 팍팍함에 어느 사이 웃음도 인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웃음과 친해야 한다. 사장님이 웃지 않는데, 직원들이 깔깔 호호거리겠는가.

삼행시로 유명한 주유소가 생각난다. 홍길동주유소라고 하자.

홍: 홍두깨 같은 행동을 하셔도

길: 길길이 화를 내셔도

동: 동네북처럼 우리를 두드려도

주: 주유를 하지 않아도

유: 유난을 떨어도

소: 소중한 고객으로 모시겠습니다.

나도 빙그레 웃음이 나와 기름을 꽉 채워 달라고 했다. 불황이 여간 아니라지만 한숨 쉴 시간에 펀(Fun) 마케팅 공부를 하면 분명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저격범 힝클리가 쏜 총탄이 폐에 박힌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조크를 했다잖는가. "여보, 내가 그만 덕 (DUCK-복서들이 상대의 펀치를 피하는 다양한 동작) 하는 것을 깜빡했네" 하며 부인 낸시 여사에게 재롱(?)을 부렸다는 것 말이다. 병원에 가서도 의사양반들이 나처럼 공화당원이면 좋겠소 하하하. 그의 일화는 전설이 되었다.

유명 칼럼니스트였던 이규태 선생이 박수의 원래 뜻은 상대방을 포옹하는 것이라고 했다. 상대를 포옹하려는 동작과 크게 치는 박수의 동작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포옹할 수 없기에 그 동작을 대신해서 박수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말에 손가락질, 삿대질, 주먹질이란 표현이 천박하듯이 서양도 주먹질하며 가운뎃손가락을 펴보이는 것은 아주 쌍스러운 욕이다. 그러나 박수갈채는 상대에 대한 환영, 격려, 존중을 표현하는 좋은 매너의 보디랭귀지다.

나도 1인 CEO다. 그동안 성우 생활만 한 것이 아니다. DJ, MC, 내레이터, 칼럼니스트, 대학교수, 강사…. 다양한 프리랜서 활동은 나를 경영했기에 가능했다.

소설 대망(大望)에서 노년의 도쿠가와 이에야쓰가 어린 손자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누구나 깊고 영험한 약수 같은 존재가 되면 반드시 찾아올 수밖에 없으니 그런 사람이 되어라."

나를 찾을 수밖에 없는 최고의 상품이 되기 위해 많이 메모해야 했고, 웃었고, 박수도 아끼지 않았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었다. 올해도 나의 비즈니스는 잘 될 것 같다.

왜 안 되겠는가. 불경기라고?

아니다.

불 같은 경기다.

성우·서울예술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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