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공무원을 죄인 다루듯 해도 됩니까" 달성군의원의 갑질

'군민의 대표자로서 인격을 함양하고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달성군의회 의원윤리강령)

"의원윤리강령은 그야말로 책에 나오는 얘기일 뿐입니다. 실제는 달라요. 군의회 의원들이 공무원들을 마치 수사관이 죄인 다루듯 해서야 되겠습니까?"

대구 달성군의회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일부 군의원들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갑질' 행태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가 군청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참다못한 전국공무원노조 달성군지부는 26일 '달성군의회의 고압적인 자세를 강력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달성군 공무원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군의회의 의정간담회를 대표적인 '갑질' 사례로 꼽았다. 군의원들이 주어진 의제를 놓고 진지한 토론은커녕, 공무원이 범죄자인냥 취조하듯 추궁하고, 면박하는 발언으로 모욕감을 주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의정간담회는 말 그대로 의회와 집행부가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군정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다. 하지만 군의회는 간담회 자리에서 공무원들이 마치 자기 부하들인냥 일방적 권한 휘두르기를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달성군의회의 '갑질'은 지난해 연말 새해 예산심의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군의원들은 선거 때 표를 겨냥해 소규모 주민숙원사업까지 서로 나눠 먹기를 통해 군 예산을 쪼개갔다. 대신 군의원들은 문화체육분야 예산을 거의 반 토막 내 올해 제대로 된 문화예술 활동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에 놓였다. 한 군의원은 12억원에 이르는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편성해 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 결국 연말 정리 추경을 통해 돈을 받아서 등 공무원들로부터 '해도 너무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달성군의회는 전체 군의원 8명 가운데 6명이 초선의원이다. 의정경험을 해 본 의원이 드물다 보니 경험이 일천한 다수 의원들의 무조건 '들이받기 식'으로 의정이 이뤄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심은 곧 천심이라 했다. 군민들의 선택으로 뽑힌 달성군의회 의원들은 공무원노조의 성명을 계기로 과연 진정한 '갑'이 누구인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사회2부 김성우 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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