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 부패 공무원 누명 벗은 이우석 전 칠곡 부군수

#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법정. 이우석 전 칠곡 부군수의 부인은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피고인 이우석, 무죄"라는 재판장의 판결이 나온 직후였다.

# 비슷한 시각, 대구 산격동 경상북도청. '이우석 전 칠곡 부군수가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부패집단이라는 눈총을 받았는데 이제야 누명을 벗게 되는 것이냐"며 도청 공무원들의 얼굴에는 하루종일 화색이 돌았다.

이우석(60) 전 칠곡 부군수. 그는 2013년 9월 23일 오전, 칠곡군청 부군수 집무실에서 갑작스레 들이닥친 검찰 수사관들에게 체포당한 뒤 서울 북부지검으로 압송됐다. 그해 10월 15일, 이 전 부군수는 경북 신도청 시공사로 결정된 대우건설 측으로부터 공사수주 대가로 모두 5억2천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듬해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에서 열린 1심 재판은 더 충격이었다. 무려 징역 9년이 선고됐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유죄'를 사실처럼 믿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집무실에서의 체포'구속기소'중형을 받은 1심 재판 결과 등 모진 시련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결코 흥분하지 않고, 착실하게 항소심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7월 28일, 보석으로 석방된 뒤 무죄를 밝힐 정황을 확보하기 위해 곳곳을 뛰어다녔다. 보석으로 나온 뒤 도청 지인들을 만났을 때 "반드시 결백을 증명해 명예를 회복하겠다"고도 했다.

그의 다짐처럼 상황에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1심 선고 이후 무려 1년 넘게 끌어온 항소심 재판은 당초 예정된 선고기일을 3개월 가까이 넘기면서까지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마침내 항소심 재판부는 29일, 이 전 부군수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2월, 대구의 한 식당에서 5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는 당시 이 부군수가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힌데다, 돈을 받은 친형에게도 "돈 받으면 절대 안 된다"는 강력한 주의를 주며 급히 식당을 떠난 사실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같은 해 6월, 또 다른 식당에서 2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 역시 대구에서 가장 번잡한 식당에서 여러 사람이 지켜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상황인데 2천만원의 현금을 건네받는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무죄가 선고됐지만 이 전 부군수는 만신창이가 됐다. 결코 짧지 않은 수형생활, 법정공방에다 정년을 맞은 지난 연말엔 도청 규정에 따라 '파면' 처분까지 받았다. 게다가 혐의사실에 적시된 뇌물 수수액의 2배인 10억4천만원의 징계부가금까지 떨어졌다.

경북도청은 이와 관련, 검찰의 상고 여부'무죄 확정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되면 '파면' '징계부가금' 등 내려진 징계처분을 모두 취소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명예회복 조치를 해 줄 방침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을 믿었습니다. 2심 재판이 1년간 진행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사려 깊게 들어준 항소심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관계만 정확히 확인해도 반드시 결백이 밝혀지리라 저는 확신했습니다." 그는 30년 넘게 기술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2차례의 부단체장(봉화'칠곡)을 지낸 베테랑 공무원답게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이우석= 1954년생'경북산업대 건축과'1981년 6월 임용, 경북도청 건축지적과장'도청이전추진단장'봉화 부군수'칠곡 부군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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